레드 블루 그린… 색채가 나눔의 세상 꿈을 그리다

  • 등록 2007-08-31 오전 11:23:51

    수정 2007-08-31 오전 11:23:51

▲ 색상을 통해 패션감각의 과시는 물론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참가자들 사이의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컬러마케팅이 한창이다. 컨버스는 ‘레드 캠페인’의 일환으로 일반 스니커즈의 맨 위에 있는 아일렛에 빨강색을 채용한 것을 내놓고 이 판매 수익금중 일부를 아프리카의 에이즈확산을 방지하기위해 글로벌펀드에 기부한다. 이런 신발 25켤레의 판매수익금은 아프리카의 에이즈 환자 1명을 구할 수 있다.
[한국일보 제공] 거리를 활보하는 한 청년의 스니커즈에 문득 눈길이 머문다. 맨 위쪽 아일렛(신발끈 구멍)에만 사용된 빨강색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면, ‘뭔가 사연이 있군’ 짐작해도 좋다. 예수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했으되 왼손끼리 서로를 알아보고 기분 좋게 윙크를 나누는 정도야 나무랄 턱 없다.

패션업계들의 기부 마케팅이 색을 입기 시작했다. 옷이나 액세서리를 사면서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기부 마케팅이야 새로울 게 없지만, 대표 색상을 정해 캠페인에 지속성을 부여하고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참여자 사이의 연대감을 강화하는 것은 한결 진화된 형태의 패션마케팅 기법으로 주목된다.

▲ 모토로라의 레드캠페인 제품. 색상만으로도 충분히 메시지를 전달한다.
트렌드 컨설팅 전문기업인 아이에프네트워크(대표 김해련)는 최근 2008년 가을겨울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예측한 4대 트렌드 전망을 내놓으면서 첫번째로 ‘멀티-미(Multi-Me)’ 경향을 제시했다. 인기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고은찬(윤은혜)이 여성과 남성, 이중적 성(性) 정체성의 대리만족을 선사해 인기를 끈 것처럼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개성체를 시공간의 구애 없이 자신 안에 통합시키려는 현상을 말한다.

패션업계의 기부마케팅은 이런 ‘멀티-미’ 심리를 이용한다. 자기만족적인 패션상품의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사회정의나 공익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동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자 하는 심리를 충족시키기 때문.

다만 이런 기부 프로그램이 연말연시나 특별한 행사를 위해 임의적이며 한시적으로 마련되는 데 반해, 최근의 컬러 마케팅은 색상을 통해 참가자 사이의 연대감을 강화함으로써 기부 활동의 지속성을 이끌어내고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 스와치가 내놓은 UN시계. 지난해 발족한 UN인권이사회를 후원하기 위한 것으로 평화와 정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촉구한다.
스니커즈전문 브랜드인 컨버스는 이달 중순부터 ‘레드 컨버스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본사의 지휘아래 전 세계적으로 실시하는 이 행사는 전설적인 팝그룹 ‘U2’의 리드싱어인 보노가 처음 제안해 이루어진 아프리카 에이즈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운동이다.

컨버스를 비롯, 갭 아이팟 모토로라 엠포리오아르마니 등이 ‘레드(Red)’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해 이들 제품의 판매금액 일부를 에이즈 구호기구인 글로벌펀드에 기부한다. 국내서는 컨버스와 아이팟의 레드 제품이 출시돼있다.

컨버스 마케팅담당 박진희씨는 “해외서는 7월부터 실시했는데 스티븐 스필버그, 오프라 윈프리, 브래드 피트, 다코타 패닝 등 유명 스타들이 자발적으로 캠페인 모델로 나서는 등 관심이 대단하다”고 말한다.

▲ 루츠의 그린 캠페인 티셔츠. 신생 브랜드이지만 색채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컨버스 제품으로는 스니커즈에 빨강색 아일렛 하나가 달린 제품들은 모두 이 캠페인에 참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로 제품군을 만드는 대신 기존 제품에 포인트를 하나 더한 셈이다. 박씨는 “요즘 젊은이들은 여럿이 뭉쳐서 구호를 외치는 것 보다 조용히 혼자 자신의 생각을 실천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면서 “선명한 색상 하나로 자신을 웅변한다는 점에서 반응이 꽤 좋다”고 말했다.

패션시계브랜드 스와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푸른색 유엔인권시계를 내놓았다. ‘Shake the World No.2’라는 제목이 붙은 이 시계는 유엔 인권이사회를 지속적으로 후원하기 위한 제품이다. 유엔의 상징인 연한 하늘색 몸체에 버클에는 비둘기가 그려진 유엔 로고가 달려있다. 다이얼에 표시된 숫자 2는 세계인권선언 2조를 의미한다.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언어 종교 등에 의해 어떠한 차별도 받지않아야 하며 나아가 국가 역시 국제적 지위에 근거해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평등권에 대한 조항이다. 평등한 세상에 대한 신념을 표현하기 위해 푸른색 시계를 차는 것이 가능한 셈. 시계 판매 수익금중 일부는 유엔재단에 보내져 환경 교육 통신사업에 사용된다. 스와치는 이 푸른색을 이용한 유엔시계 출시를 매해 지속할 계획이다.

SK네트웍스가 이달 초 국내 도입한 캐나다 캐주얼 브랜드 루츠는 ‘그린(Green)’을 내세운 캠페인을 벌이며 불과 한 달 만에 주력 소비자인 대학생층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환경을 생각하는 캐주얼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갖추기 위해 녹색으로 칠한 10대의 대형버스를 이용, 환경과 건강을 위한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내달 5일부터는 두 번째 ‘그린’ 캠페인으로 헌 티셔츠를 가져오면 그린색 로고가 찍힌 캠페인 티셔츠로 바꿔주고 원하는 사람은 OK캐쉬백을 이용해 기부도 할 수 있게 했다. 수집된 헌 티셔츠는 사회봉사단체에 기부된다.

루츠 마케팅팀 함혜원 과장은 “시각 이미지에 민감한 세대이어서인지 몰라도 젊은이들은 말보다 색채 이미지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며 “그린이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정확하게 보여줬기 때문에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큰 힘이 됐다”고 귀띔했다. 잘 선택된 캠페인 색상이 열 마디 구호보다 힘이 센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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