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시장 부진 이유 있었네

경영진 쏘나타 수요예측 실패
노조파업에 따른 공급차질도 한 몫
  • 등록 2007-05-02 오전 10:34:55

    수정 2007-05-02 오전 10:35:21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지난해 현대차의 미국시장 부진 배경에는 경영진의 '의욕과다'와 노조파업에 따른 '공급부족'이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진 현대차(005380) 부회장은 지난 달 30일(현지시각)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해 쏘나타의 미국판매 전략에 잘못이 있었다"고 밝혔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에 판매하는 'NF쏘나타'의 수요를 처음 예측할 때 6기통(3.3ℓ) 쏘나타가 전체 쏘나타 판매량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봤지만, 실제 판매는 4기통(2.4ℓ) 쏘나타가 되레 70%를 차지하는 등 차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엔진을 공급받는 6기통 쏘나타는 재고가 넘쳐난 반면 엔진을 한국에서 공급받아야 하는 4기통 쏘나타는 공급이 부족했다는 것이 김 부회장의 설명이다.

美 앨라배마공장에서 NF쏘나타가 생산되기 이전만 해도 한국에서 수출되던 구형 EF쏘나타의 경우엔 6기통(2.7ℓ)이 4기통(2.0ℓ)에 비해 제법 많이 팔렸다. 이에 따라 현대차 경영진은 미국 생산 NF쏘나타 역시 6기통(3.3ℓ)이 4기통(2.4ℓ)보다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쏘나타와 함께 생산되고 있는 싼타페의 경우도 6기통(3.3ℓ) 엔진을 사용하고 있어, 현대차로선 '이래저래' 6기통 엔진이 잘 판매되기만을 바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미국 앨라배마공장이 가동에 들어간 2005년부터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급변했다. 고유가로 인해 6기통를 기피하고 4기통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진 것이다.

김동진 부회장의 고백대로 현대차가 시장 예측에 실패한 것이다. 시장에선 현대차가 운도 없었지만 경영진이 너무 의욕을 부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해 미국시장 부진 배경으론 노조의 파업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즉, 미국에서 수요가 많은 소형 엑센트(한국모델명 베르나)와 준중형 엘란트라(한국모델명 아반떼) 등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제 때 공급이 되지 않아, 판매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미국 판매법인인 HMA의 최고운용책임자(COO)인 스티브 윌하이트 부사장은 "지난 해 한국에서 파업 등의 영향으로 충분한 물량을 공급받지 못해 엑센트의 경우엔 15%나 판매량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미국판매 목표인 55만5000대의 달성 여부에 대해선 "우리는 좋은 제품을 갖고 있고, 특히 미국에서 첫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인 베라크루즈도 론칭했기 때문에 목표달성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목표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4월 미국 자동차 시장이 전년비 7.6% 감소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시장의 여건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차가 목표보다는 낮겠지만 50만대를 갓 넘는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이 정도라면 미국시장의 부진을 감안할 때 그린 나쁜 성적표는 아닐 것이란 분석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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