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통령, 대북 유감표명 배경과 논란

  • 등록 2003-08-19 오전 11:24:04

    수정 2003-08-19 오전 11:24:04

[edaily 김진석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19일 인공기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훼손한 보수단체의 8.15집회와 관련해 북한이 우리정부에 요구한 사과를 수용하고, 통일부에 유감표명을 지시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은 불참의사를 밝힌 북한의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참가를 유도,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루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6자회담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남북교류와 협력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예상되는 보수단체의 강한 반발과 함께 정치, 사회적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젊은이들의 세계적 스포츠 축제인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볼모로 한 북측의 `압박공세`에 정부가 말려들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걱정이죠"라며 "인공기와 김정일위원장 초상화를 불태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유감스러운 일이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성조기 모욕행위가 있을 때마다 유감표명을 해 왔듯이 정부에서 유감의 뜻을 밝히고,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원만히 이뤄지도록 통일부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는 전일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힌 "특정단체의 시위에 대해 정부가 (유감)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하루만에 뒤집은 것이다. 라 보좌관은 이날 "한총련의 미국 장갑차 시위는 불법이라 처벌할 수 있는데, 상징물 훼손은 처벌근거가 없다"며 그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통일부는 더 난처한 상황이다. 남북장관급회담의 우리측 수석대표인 정세현 통일부장관은 전일 북측의 김령성 단장 앞으로 전화통지문을 보내 `유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통일부 관계자는 "유의한다는 것은 유감 표시가 아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사실상 유감표명이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통일부 역시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야 하는 만큼 곤혹스런운 상황을 맞은 셈이다. 노 대통령이 유감 표명은 앞서의 지적대로 개막을 목전에 둔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원만한 진행을 염두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베이징 6자회담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자칫 북측의 유니버시아드 대회 불참으로 초래될 파장을 조기에 수습하겠다는 뜻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는 공화국의 존엄과 권위를 모독하는 도발이 서울 한복판에서 감행되는 형편에서 북남관계 제반 문제들에 대해 엄격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남조선 당국은 이번 8.15 도발사태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북측이 `제반 문제들에 대해 엄격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듯이 사과요구를 다각적 압박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조평통위의 발표후 당일 오전 10시로 예정했던 판문점에서의 4대 남북 경협합의서 발효통지문 교환에 응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북측의 사과요구는 경협에서 더 많은 실리를 챙기고 6자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양수겹장의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국민의 정부`보다 다소 경직된 대북태도를 보이고 있는 `참여정부`대한 누적된 불만 표출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유감표명은 북측에 끌려다는 선택을 했다는 비난과, 정부가 대국적 차원에서 북측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상반된 평가 속에 당분간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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