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이른바 ‘빌라왕’ ‘건축왕’ ‘빌라의 신’이라 불리는 전세사기 불법행위업자들이 최근 2년 사이 3명이 잇따라 사망한 가운데 240여채를 사들였던 정모씨가 사망 후 사흘 뒤에도 빌라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이 일대 아파트와 빌라 밀집지역 모습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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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KBS가 정씨가 소유한 빌라 등본을 확인해 본 결과 매매 계약 잔금과 거래를 마친 날짜가 8월 2일로 밝혀졌다. 이는 정씨가 사망 사흘 뒤다.
정씨는 사망 당일 빌라 4채를 사들이고 등기를 접수했다. 숨진 닷새 뒤에는 전세보증보험 신청서에 전자서명까지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KBS에 “전자서명이 돼서 신청된 것은 맞는데 발급은 되지 않은 보증보험”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이름만 빌려줬을 뿐 빌라를 사들였던 것은 정씨 이름 뒤에 숨은 다른 인물이라는 뜻이다.
한 빌라 건물을 전세사기 불법행위업자들이 나눠 산 정황도 포착됐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라 16채 가운데 15채를 정 씨와 함께 10월 숨진 다른 ‘빌라왕’ 김씨가 나눠 산 것이다. 정씨와 김씨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빌라를 나란히 매입하기도 했다.
이 둘은 매입 시점도 대체로 겹쳤고 같은 날 잔금을 치를 때도 있었다. 해당 빌라를 판 건축주와 분양업체는 모두 중개업체나 자문업체에서 소개를 받았다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현재 경찰은 현재 전국적으로 약 8000채에 달하는 전세사기 피해를 수사하고 있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26일 정례기자간담회에서 “인천청에서 ‘건축왕’ 2709채,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에서 ‘빌라왕’ 1139채, 경기남부청 반부패수사대에서 ‘빌라의 신’ 3493채를 수사하고 있다”며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에서 별건으로 397채, 광주청에서 노숙인 명의를 이용한 208채 피해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