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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1월 이후 첫 전월比 하락…6%대 ‘탈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100)로 전년동월대비 5.7% 올랐다. 6월과 7월 각각 6.0%, 6.3% 오르면서 두 달 연속 전년대비 6%대 상승률을 보였던 소비자물가가 3개월 만에 5%대로 내려온 것이다.
이는 전월대비 0.1% 하락한 것으로, 2000년 11월 이후 21개월 만의 하락이다. 또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는 역시 전년동월대비 4.4% 상승하면서 전월(4.5%)에 오름세가 소폭 둔화됐다.
앞서 재정당국 수장인 추 부총리는 물가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지난달 7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인 6.3%가 정점이 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는 지난달 한 라디오방송에서 “6.3% 언저리가 거의 정점에 가깝고, 현재로선 시간이 지나며 안정되고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며 “대외변수가 있어 딱 부러지게 말할 순 없지만 추석이 고비다. 고비를 넘기면 물가가 지금보다는 조금씩 안정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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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 덕본 물가상승 둔화…“정점 지났다 단정 여려워”
다만 8월 물가 진정세는 가파르게 치솟던 국제유가 하락이 따른 영향이 크다.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13달러(6월)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7월 130달러, 8월 97달러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먼저 품목성질별에서 석유류 지수는 전월대비 10% 하락했다. 석유류가 전월대비 10% 하락한 것은 1998년 3월 이후 15.1% 하락한 이후 최대치다. 어윤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이번달 기여도 0.9 되는데 지난달이 1.59였다”며 “거의 (소비자물가지수를 전월 상승폭 대비)0.6%포인트 하락시키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지출목적별 분류에서 전월대비 유일하게 하락한 교통(-4.9%)의 경우도 석유류 가격 하락에 기인했다. 교통 물가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휘발유 및 경유와 같은 석유류 제품이기 때문이다.
반면 신선식품지수는 집중 호우 등 기후 악화로 인한 작황부진으로 신선채소 및 과실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년동월대비 14.9%로 7월 전년동월대비 상승폭(13.0%)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신선식품지수는 2021년 3월 15.2%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개인서비스 역시 여름 성수기 수요증가로 외식 오름세가 소폭확대됐다.
다만 물가 진정세에는 밥상물가 오름세를 견인했던 축산물의 안정화도 영향을 미쳤다. 축산물 물가는 전년동월대비 3.7%로 상승, 7월(6.5%) 대비 상승폭이 3%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6~7월 할당관세 적용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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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이후 계속 물가가 안정세를 이어갈 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물가 안정세가 국제유가 하락에 기인하고 있으나, 현재 산유국 협의체에서 감산 이야기가 나오는 등 재상승 요인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어 심의관은 “최근들어 오펙플러스(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가 감산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이라 물가가 정점을 지났는지는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조심스럽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