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부터 여홍철까지' 대선판 뛰어든 스타들…이재명 쏠림 왜?

박혁권 이원종 여홍철 심권호 등 이재명 지지 줄이어
민주당 쏠림현상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영향
  • 등록 2022-02-17 오전 10:18:42

    수정 2022-02-17 오전 10:18:42

(왼쪽부터 시계방향)이원종, 이기영, 이은미, 신대철.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각 당 대선 후보에 힘을 싣는 연예인 및 스포츠 스타들의 공개 지지 선언 및 유세의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대선 때부터 여당을 지지했던 배우 김의성과 명계남, 가수 이은미를 비롯해 배우 이원종, 스포츠 스타 여홍철, 심권호 등이 새롭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나선 연예인들도 있다. 줄곧 야당 측을 지지했던 가수 김흥국과 배우 독고영재와 함께 진종오, 이원희 두 명의 스포츠 스타가 윤 후보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사실 이번 대선에서 공개 지지를 선언한 스타들 대부분은 예전부터 특정 정당을 지지하며 뚜렷하게 정치색을 드러낸 인물들이다. 다만 새롭게 지지 대열에 가세한 스타들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는 쏠림 현상이 함께 관측돼 눈길을 끈다.

박혁권→이원종 李 지지…“미래 준비하는 성실함”

배우 박혁권, 이기영, 이원종 등이 대표적이다. 이원종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는 치밀한 준비와 강력한 추진력으로 능력을 보여줬다”며 공개지지 선언글을 올렸다. 그는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라며 “우린 지금까지 살아온 그의 인생을 속속들이 들여다봤다. 더 낮은 자세로 서민에게 먼저 다가가는 공감 능력을, 끊임없이 공부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성실함을 보여줬다”고 이 후보를 극찬했다.

이원종의 응원글에 이재명 후보 역시 “뜨거운 지지 감사하다”며 화답했다. 이 후보는 이원종의 지지글을 인용한 뒤 “표현의 자유와 창의적 예술 활동이 보장되는 나라, ‘블랙리스트’ 없는 세상 만들겠다”며 “5년 뒤에 ‘이재명 지지 참 잘했다’라는 말씀 꼭 듣고 싶다. 문화 예술 제대로 이재명은 합니다”라고 선언했다.

이기영 역시 지난 15일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직접 밝혔다. 그는 “자기들 끼리끼리만의 가짜 공정! 이젠 더이상 믿지 않는다. 정의롭지도 않다”며 “문화예술계의 발전과 진정으로 행복하게 사는 내 나라를 보고 싶다”고 이 후보 공개 지지와 함께 20대 대통령 선거 투표를 독려했다.

박혁권은 자신의 SNS에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엄청난 후회를 하게 될까봐 무서웠다”며 처음으로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털어놨다.

스포츠에서도 이같은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여홍철(1996 애틀랜타올림픽 체조 은메달), 심권호(1996 애틀랜타올림픽·2000 시드니올림픽 레슬링 금메달), 김영호(2000 시드니올림픽 펜싱 금메달), 김광선(1988 서울올림픽 복싱 금메달), 장성민(2020 도쿄올림픽 럭비 국가대표) 등 전·현직 국가대표 메달리스트와 전문 체육인 100명이 15일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에 기운을 실어주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배우 독고영재, 정영남, 가수 김흥국은 윤 후보의 유세 운동에 동참했고, 사격 스타 진종오와 이원희 등 스포츠 스타 30명도 체육인들에게 지난 문재인 정권 5년은 힘든 시기였다며 윤 후보를 공식 지지했다.

민주당 지지 쏠림 왜?…‘블랙리스트’ 선례 영향

다만 지지 행렬 자체는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각 당 대선 후보 지지 선언 명단에 이름을 올린 문화예술인들의 인원수에서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재명 후보 지지 명단에 이름을 올린 문화예술인들은 1만 100명을 기록한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은 그의 절반에 가까운 5810명의 명단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나선 스포츠 스타가 100명, 윤 후보를 지지한 쪽은 3분의 1인 30명 정도라는 점도 이를 시사한다.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최근 문화예술체육인들의 대선판 참여가 민주당 중심으로 쏠려 있는 현상의 이유가 지난 2016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가 뒤늦게 알려져 문화예술계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진보 성향을 지닌 문화예술계 인사를 향한 불이익 및 조직적 배제가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 많은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명단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톱배우와 톱가수, 영화감독 등도 포함돼 충격을 줬다.

한 대형 연예 매니지먼트 기획사 관계자는 이데일리에 “실제로 당시 영문도 모른 채 국가 지원금이 끊긴다거나, 지원금 대상에서 늘 빠진다거나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 잘리는 등 밥줄이 끊겨 본업이 어려워진 업계 관계자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던 사람들이 문재인 정권 이후에는 ‘화이트리스트’로 분류돼 다시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된 점도 민주당 쏠림에 한몫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권이 교체될 경우 언제 다시 밥줄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일부 영향을 줬을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문화예술 뉴미디어 플랫폼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가 ‘블랙리스트’ 없는 사회를 거듭 강조하며 다른 대선 후보들에 비해 정책적 관심에서 동떨어진 문화예술계와 소통하는 자리를 많이 마련하려 노력하는 점도 호감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예인들의 움직임이 표심에 영향을 주는 ‘셀럽 효과’가 이미 퇴색했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가까운 예가 미국이다. 세계적인 톱스타들을 다수 보유한 미국은 이미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실패를 겪었다.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 톱스타들이 많았지만,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선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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