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기로 신라젠, 30일 운명 결정…3가지 경우의 수

상장여부 결정 거래소 기심위(1심격) 개최
유지시 내달 1일 거래 재개, 폐지시 기로
前 경영진 배임 혐의로 6월 심판대 올라
  • 등록 2020-11-30 오전 9:08:48

    수정 2020-11-30 오전 9:08:48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신라젠 소액주주들이 신라젠 거래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신라젠(215600)의 상장 여부를 결정할 1심격인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30일 열린다. 신라젠은 전(前) 경영진의 배임 혐의 등이 불거져 거래소에서 퇴출 당할 위기에 몰려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날 지난 8월에 결론을 내지 못한 기업심사위원회를 다시 속개해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와 관련한 심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거래소는 회사 상장 유지에 문제가 있는지 따지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에 따른 상장폐지 문제는 3심제로 다룬다. 이번 기업심사위원회는 1심에 해당한다.

앞서 신라젠은 지난 6월 거래소 결정에 따라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 등 전직 경영진의 배임 혐의 등이 지난 5월 불거져서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거래소는 일정 규모 이상의 횡령·배임 혐의가 확인된 후 기업의 계속성이나 경영 투명성, 시장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폐지가 필요하다고 보면 해당 기업의 상장폐지를 심의·의결할 수 있다.

문 전 대표 등은 신라젠 상장 전인 2014년 3월 자기자금 없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금돌리기 방식으로 3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000만 주를 인수해 191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기업심사위원회 결정 경우의 수는 3가지다. 상장 폐지나 경영개선기간 부여, 상장 유지다. 상장 유지 결정이 나오면 바로 영업일 기준 그 다음날인 다음달 1일에 거래가 재개된다. 신라젠은 상장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 5월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기업심사위원회는 신라젠에 최장 1년의 경영개선기간을 한 차례 부여할 수 있다. 경영개선기간이 부여되면 개선기간이 종료된 이후 회사는 다시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는다. 이때 기업심사위원회는 상장폐지나 상장유지 둘 중의 한가지 결정을 내린다.

관련 업계에서는 상장 폐지 결정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상장 실질심사 사유 발생에 해당했던 전 경영진의 횡령·배임은 상장 이전에 발생한 데다 재판이 아직 진행중이라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에서다.

여기에 거래소가 상장 이전 사안을 문제 삼을 경우 스스로 진행한 상장 심사 자체가 부실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은 거래재개가 되지 않으면 거래소와 당시 상장 심사 담당자와 책임자에 대한 법적 소송을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거래소 관계자는 “전 경영진의 횡령 배임 혐의는 실질심사에 들어간 계기일 뿐이고 그 이유만으로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고 할 수 없다”며 “그것을 포함해서 회사의 영업, 재무, 경영투명성 등 전체 내용을 종합해서 심사한 결과로 실질심사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성분 뒤바뀜 논란으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사태를 일으킨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폐지가 최근 2심격인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결정된 점은 신라젠 주주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만약 기업심사위원회가 상장 폐지를 결정하면 신라젠은 2016년 12월 상장된 지 4년만에 거래소에서 퇴출 당할 위기에 몰린다. 이 경우 영업일 기준 15일 이내 코스닥시장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열리고 상장 유지, 폐지, 개선기간 부여 중에 하나를 결정한다.

회사는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상장 폐지 결정에 영업일 기준 7일 이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15일 이내에 코스닥시장위원회가 다시 한번 열려 최종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여기서도 최종 폐지 결정이 내려져야 신라젠은 증시에서 쫓겨난다.

신라젠은 2006년 설립된 차세대 항암제 개발 기업이다. 지난 2016년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간암 치료제를 표방한 후보물질 펙사벡(Pexa-Vec)의 임상 3상 기대감으로 한때 시가총액이 5조원을 넘어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던 기업이다.

하지만 임상 3상이 중단된 후 주가가 급락했고 전 경영진의 배임 혐의 등에 따른 구속 기속까지 겹치며 회사가 코너로 몰리고 있다. 신라젠의 소액주주는 지난 7월 16일 현재(3분기 분기보고서상)으로 16만5692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전체 93.44%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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