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편의점&] CU ‘한끼 뚝딱 하새우’, 만만히 보지 마새우

상품명 공모전 통해 출시된 컵밥
용량 작지만 통통한 흰다리새우살 인상적
김치볶음소스에 맛은 매콤해
  • 등록 2017-08-05 오후 7:02:39

    수정 2017-08-06 오전 9:15:49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박하늘별님구름햇님’, 초등학교 2학년 짝꿍 이름이었다. 하늘 위 모든 ‘예쁜 것’을 담았다는 긴 이름에, 철없이 킥킥거렸던 기억이 있다. 재밌는 이름이었다. 흐른 세월 앞에 그 친구 얼굴은 희미해졌지만, 부를 때마다 기분 좋아졌던 이름은 아직도 또렷하다.

이름의 힘이란 게 이렇다. 특이한 이름은 대게 특별하고, 특별한 이름은 기억에 쉽게 새겨진다. 기업이 브랜드와 상품 작명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경쟁이 격화한 편의점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 상품명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CU가 내놓은 ‘한끼 뚝딱 하새우’가 특이하고 특별한 이유다.

촘촘히 박힌 새우살

CU가 지난달 출시한 ‘새우 시리즈’는 도시락, 햄버거, 샌드위치, 김밥, 컵밥 등 5개다. CU는 ‘네 멋대로 지어라’라는 공모전을 통해 상품명을 지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보통이 아니새우(도시락), 유부 위에 나 있새우(김밥), 세.젤.맛 새우(샌드위치), 한끼 뚝딱 하새우(컵밥), 날 가지새우(햄버거)가 각각 1위에 선정됐다. 우승자는 50만원 상당의 여행상품권을 챙겨갔다고 한다. 부럽고 부유한 작명 센스다.

3일 ‘한끼 뚝딱 하새우’를 구매했다. ‘한끼 뚝딱 하새우는 도시락 중에서 용량이 적은 ‘컵밥’이다. ‘내가 이렇게 많은 걸 담았어!’라고 외치는 편의점 도시락 가판대에서, ‘한끼 뚝딱 하새우’는 단출한 외형을 자랑한다. 180cm 훌쩍 넘는 장정들 사이에 낀 155cm 단신 같다. 용량은 185g이다. 가볍게 한 끼 때우기 좋지만 거하게 식사하기에는 용량이 다소 작다.

CU가 출시한 컵밥 ‘한끼 뚝딱 하새우’. 통통한 흰다리새우 속살이 들어갔다.
전자레인지에 50초를 돌린 뒤 도시락을 개봉했다. 일반 새우볶음밥 냄새가 난다. 담긴 양은 적지만 구성은 알차다. 포인트는 역시 새우다. 베트남에서 잡힌 흰다리새우가 곳곳에 들어있다. 새우는 크지 않다. 새끼손가락 반만 하다. 볶음밥 사이 토실토실한 뽀얀 새우 4~5개가 오밀조밀 사이좋게 박혀있다.

새우가 주연이지만 조연의 면면도 준수하다. 곳곳에 박힌 계란과 다진 햄과 양파, 그리고 파슬리 가루가 먹기 좋은 비주얼을 완성한다. 굴과 바지락이 함유됐다고 하는데, 이 두 재료의 맛은 실종됐다. 비린내를 두려워하는 ‘조개 포비아족(族)’은 안심해도 좋다.

맛은 ‘가볍지 않새우’

‘한끼 뚝딱 하새우’에는 김치볶음소스가 담겨있다.
‘한끼 뚝딱 하새우’는 색(色)에 속지 말아야 한다. 밥을 열심히 비비다보면 처음 살 때 그 색이 아니다. 시뻘건 김치볶음소스가 점점 밥을 붉게 물들인다. ‘귀여운 새우볶음밥이 매워 봤자지!’하고 한 입 크게 먹었다. 땀이 났다. 더위 탓이 아니었다. 맛이, 꽤나 자극적이다. 새우의 담백함이 무색할 정도로, 볶음밥은 짜고 맵다.

종합하면 이름과 사이즈는 귀엽지만, 맛은 귀엽지 않다. 이름은 아이유인데, 맛은 최민수란 얘기다. 삼삼한 새우의 맛을 원한다면, 양념을 살짝 덜어내도 좋다. 집에 치즈가루가 있다면 뿌려먹는 것도 방법. 가격은 2500원이다.

<박 기자의 ‘개인취향’ 평가>

- 맛 : ★★★

- 가성비 : ★★★

- 재구매의사 : ★★★

- 총평 : 겸손해야 한다. 도시락 먹다가 땀띠나고 싶지 않으면, 귀여운 이름에 속아 자만하지 말자. 3000원으로 한끼 때우기에는 괜찮은 가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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