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홍수 속 청약률 '쑥'..대단지 아파트 '대마불사'

1000가구 이상 대단지 분양 봇물
올해 97곳 분양..작년의 2배
재개발·재건축 사업 탄력 등 호재
연말까지 18개 다닞 추가 공급
  • 등록 2015-11-25 오전 8:47:36

    수정 2015-11-25 오후 7:09:41

△올해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서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 공급이 지난해 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다음달 분양을 앞둔 서울 은평구 녹번동 ‘래미안 북한산 베라힐즈’ 아파트(총 1305가구) 조감도. [이미지=삼성물산]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경북 경산시 백천동에서 최근 분양된 경산삼도뷰엔빌W 아파트는 1순위 청약에서 총 1054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9933명이 몰려 평균 9.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시공사가 유명 건설사도 아닌데다 입지 조건도 뛰어난 곳이 아니었는데도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여 관심을 끌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경산 백천지구에서 10년 만에 공급되는 아파트이면서 총 1213가구의 대단지여서 실수요자 위주로 청약을 많이 한 것 같다”며 “중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분양권에 1000만원 정도 웃돈까지 붙은 상태”라고 말했다.

분양시장이 활황기에 접어들면서 올해 대단지 아파트 분양시장이 풍년을 맞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오랫동안 묵혀왔던 땅을 꺼내 들었고, 지지부진했던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도 속도가 붙고 있다.

업계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전국에서 분양된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는 97곳으로 지난해 63개 단지보다 1.5배 이상 많았다. 올 연말까지 18개 단지가 분양 중이거나 분양할 예정이어서 지난해보다 2배 가까운 대단지 아파트가 쏟아질 전망이다. 가구 수로도 올해 공급(예정 포함)한 대단지 아파트는 17만여 가구로 지난해 9만여 가구보다 2배가량 늘었다.

관리비 낮고 집값 상승폭 커

대단지 아파트는 소규모 단지보다 가격 상승 폭이 크고 관리비도 저렴해 수요자 선호도가 높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를 보면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우장산 힐스테이트’ (2005년 5월 입주)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의 경우 지난 5월 평균 시세가 5억 8250만원에서 11월 6억 1500만원으로 6개월 새 3250만원 올랐다.

반면 우장산 힐스테이트 바로 옆에 비슷한 시기 입주한 ‘강서월드메르디앙’ 전용 84㎡짜리 아파트값은 같은 기간 4억 3500만원에서 4억 4000만원으로 5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두 단지의 차이는 대단지 아파트(2198가구)와 소규모 아파트(160가구)라는 점 밖에 없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1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수요층이 두터워 호황기엔 가격이 많이 오르고 불황에도 하락 폭이 적은 편”이라며 “건설사들도 대단지의 경우 커뮤니티 등 상품 구성에 많은 신경을 쓰기 때문에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관리비 측면에서도 가구 수가 많은 대단지가 공용관리비를 나눠내기 때문에 유리하다. 우장산 힐스테이트 아파트는 9월 관리비가 1㎡당 1278.84원이었지만 강서월드메르디앙은 1321.02원으로 3.3%(42.18원) 더 비쌌다. 세대 사용비는 우장산힐스테이트가 1㎡당 488.73원으로 강서월드메르디앙 474.04원보다 더 비쌌지만 공용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이 강서월드메르디앙이 더 컸기 때문이다.

대단지 아파트는 대형 건설사가 유명 브랜드 단지로 조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도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대단지 아파트는 분양해야 하는 가구 수가 많아 주택 경기가 나빠지면 미분양 우려로 건설사들이 공급을 꺼린다.

시장 호조세 띠자 대단지 분양 봇물

올해 건설사들이 대단지 아파트를 쏟아낸 것은 그만큼 분양에 자신이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북 전주 송천동 일대 옛 35사단 부지를 개발한 전주 에코시티는 10년간 분양을 하지 못하다가 올해 3개 단지 총 2746가구 분양을 시작했다. 올해 업계에서 주목받은 경기도 용인 남사지구 역시 마찬가지다. 대림산업이 8년간 묵혀뒀던 땅을 꺼내 지난 10월 6800가구를 분양해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공급도 본격화됐다. 올해 공급된 대단지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18개 단지다. 9510가구로 단일 단지로는 최대 규모인 서울 송파구 송파헬리오시티와 경기도 안양시에서 공급된 래미안 안양메가트리아(4250가구), 부산에서 분양한 연제 롯데캐슬&데시앙(1168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연말까지도 대단지 아파트 공급 잇따른다. 총 18개 단지 2만 8668가구가 분양 중이거나 분양을 앞두고 있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서는 삼성물산이 내달 녹번동 1-2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 북한산 베라힐즈’(1305가구)를 선보이고, 경기도 일산에서는 현대건설이 킨텍스 일대에 총 1054가구 규모의 ‘힐스테이트 킨텍스’를 내놓는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대단지 아파트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어 인기가 높지만 그만큼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높다는 단점도 있다”며 “투자 수요의 경우 입주 시기에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세입자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분양하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 [자료=부동산114]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 공급 추이 [자료=부동산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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