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마치면 양복 아닌 모습으로 오겠다" ..오바마 케냐서 '뿌리찾기 외교'

동성애·反부패 부문서 불협화음
퇴임 후 케냐서 인도적 활동 시사
  • 등록 2015-07-26 오후 3:16:56

    수정 2015-07-26 오후 3:16:56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아버지 나라인 케냐를 방문했다. 케냐 국민의 성대한 환영을 받으며 양국 협력의 틀을 강화했지만 동성애 반대법과 부패 문제에 대해서는 케냐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첫 케냐 공식순방길에서 상호이해를 공유했고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박3일간의 짧은 순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와 정치·경제적 협력관계를 다졌다. 특히 이슬람 무장단체 ‘얄샤바브’에 맞설 양국 간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을 약속했다. 알샤바브는 소말리아를 비롯한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테러를 일삼고 있는 급진주의 테러조직으로 최근 케냐의 한 대학을 급습해 150명 가까이 살해했다. 또한 미국 정부와 금융기관, 민간 재단 등이 이 지역에 총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새롭게 지원하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와 개인적인 인연을 강조하며 ‘케냐 끌어안기’에 공을 들였다. 그는 전날 저녁 나이로비 도착 후 첫 일정으로 의붓할머니 마마 사라와 이복동생 아우마 오바마 등 친척 30여 명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백악관과 케냐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케냐인들도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오바마를 반겼다. 대통령 행렬이 지나가는 나이로비 곳곳마다 수많은 케냐 사람들이 몰려나와 열렬히 환영했다. 종족 갈등이 뿌리 깊게 자리잡은 케냐에서 집권 키쿠유족이 아닌 루오족 출신의 오바마 대통령이 모든 종족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는 점에서 그의 방문이 종족 화합의 메시지도 심어줬다는 분석도 나왔다.

오바마는 대통령 임기를 마치면 양복을 입지 않은 모습으로 아버지 고향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퇴임 후 케냐서 인도주의 활동을 시사한 것이다.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케냐를 찾아 이처럼 공을 들인 것은 아프리카 자원과 투자를 선점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엄청난 돈을 투자해 원자재를 확보하고 정치·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한 상태다. 개인적 인연이 있는 케냐나 아프리카 연합 본부가 있는 에디오피아를 먼저 찾은 것도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우선가치가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묘한 불협화음도 목격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타 케냐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케냐의 동성애 반대 법 폐기를 촉구했고 만연한 뇌물이 케냐가 빠르게 성장하는데 유일한 최대 걸림돌이라며 부패 문제에 대해서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케냐타 대통령은 미국과 공유하지 않는 가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 방문 후 26일부터 28일까지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에티오피아를 방문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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