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 유암코 사장 "PF 정상화뱅크 숨통 틔우는 역할할 것"

"PF정상화뱅크, 은행간 협력 새로운 계기될 것"
..이성규 유암코 사장 인터뷰
  • 등록 2011-05-20 오전 10:30:55

    수정 2011-05-20 오후 6:29:35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부실채권을 특수목적회사 등에 넘겨 처리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기법입니다. 그런데도 이제야 `PF정상화뱅크(일명 PF배드뱅크)`가 만들어진 것은 은행들의 책임이 큽니다. 서로 협력해 문제를 풀어본 경험이 거의 없거든요. 이번 일이 새로운 계기가 될 겁니다. 그래서 중요해요."

이성규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사장(사진)은 20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본격 가동을 앞둔 PF 정상화뱅크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PF정상화뱅크는 은행권의 부실PF를 사들이기 위해 만든 일종의 사모투자펀드(PEF)다. 은행권이 출자한 민간 배드뱅크인 유암코는 PF 정상화뱅크의 펀드운용자(GP)로 참여한다.  ☞관련기사: `PF 정상화 뱅크` 5월 출범..30여곳 PF사업장 1조원대 매입 이 사장은 또 "부실 PF를 정상화하는 모범 사례를 만들어 꽉 막혀있는 부실 PF와 관련해 해결의 숨통을 틔우는 역할도 PF 정상화뱅크가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외환위기 직후 대우그룹을 비롯해 수많은 기업의 워크아웃 작업을 조율했던 장본인이다. 그때와 다른게 있다면 당시엔 대기업이 부실의 중심에 있었지만 지금은 건설사와 부동산 PF가 수술대에 올라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교착상태에 빠진 부동산PF 문제를 풀기 위해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이 사장을 불렀다. 그는 먼저 실타래처럼 얽힌 채권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시행사와 시공사, 채권단 등 PF사업장 하나에도 워낙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다보니 합의점을 찾기 어렵고 합의해도 시간이 너무 흘러 치료할 엄두를 못내는 일부터 손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놓은 안이 PF정상화뱅크다. 은행들이 약 1조원의 돈을 내면 이 돈으로 은행 소유의 부실PF를 사들여 정상화를 추진하자는 아이디어다. 그는 지난해 이러한 방안을 주장했지만 당시만해도 당국이나 시장의 주목을 받진 못했다.

은행이 낸 돈으로 은행의 부실자산을 사들이니 그게 그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이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은행들은 당국이 움직이기 전까지는 협력해 무언가를 한다는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작년에 기업구조조정촉진을 위해 법정관리 채권을 산 게 사실상 처음이고 그전까지는 각자가 자신의 문제를 푸는 방식이었죠. 부동산PF도 마찬가지입니다. 채권단 각자에게 맡겨두면 일의 진척이 느려요. 이걸 한데 모아 살릴 곳은 살리고 매각할 곳은 매각하는 식으로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처리하는 방식이 필요했던 겁니다."

한마디로 한 곳의 사업장에 서너곳의 은행이 엮여있는 것보다는 이들 은행의 권한을 한데 모으면 문제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도 골치아픈 부실채권을 내주고 PF정상화뱅크에 출자한 금액 만큼의 지분을 들고있는 것이라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미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 매각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고 PF사업장이 정상화되면 기대했던 것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현재 어떤 PF사업장을 대상으로 정상화에 들어갈지 사전 실사를 하고 있다"며 "다음달 안으로는 부실PF 매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PF정상화뱅크가 매입하는 대상은 은행이 전체PF 대출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PF사업장으로 국한된다. 저축은행 PF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이 사장은 "저축은행 PF 문제는 은행권과 차원이 다르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저축은행들이 부실PF를 시가에 매각하면 장부상에 기록된 것보다 손실액이 더 크게 나타나는 부담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말했다. 또 "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쌓아 시장가로 부실PF를 매각해도 감당할 능력이 되지만 저축은행은 그만한 손실흡수 능력이 없어 우리가 사겠다고 해도 그쪽(저축은행)에서 꺼릴 가능성이 높다"며 "저축은행PF는 해법을 찾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그의 고민은 비교적 괜찮은 건설사들이 부실PF에 발목잡힌 문제를 어떻게 풀지에 모아지고 있다. 은행들로선 상황이 괜찮은 건설사가 보증을 선 PF사업장을 굳이 값을 낮춰 PF정상화뱅크에 팔 유인이 크지 않다. 돈을 돌려받는데 문제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건설사와 PF사업장 둘다 부실화된 경우는 땅을 팔든 시공사를 바꿔 사업을 진행하든 결정을 내리기 쉽지만, 건설사는 정상인데 PF사업장이 부실화돼있다면 채권단 사이에서도 문제를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면서 "아직 수면위로 부각된 문제는 아니지만 이 경우 어떤 원칙과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장은 한국신용평가에 몸담던 시절 인연을 맺은 이헌재 전 금융감독위원장에 의해 1998년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초대 사무국장으로 발탁돼 대우그룹 등 재벌 구조조정 실무작업을 진두지휘한데 이어 2001년에도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 설립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을 맡는 등 구조조정 역사의 중심에 서있었다. 국민은행 부행장과 하나은행 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등을 지냈지만 여전히 그를 대표하는 수식어는 `구조조정 해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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