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교착상태에 빠진 부동산PF 문제를 풀기 위해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이 사장을 불렀다. 그는 먼저 실타래처럼 얽힌 채권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시행사와 시공사, 채권단 등 PF사업장 하나에도 워낙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다보니 합의점을 찾기 어렵고 합의해도 시간이 너무 흘러 치료할 엄두를 못내는 일부터 손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놓은 안이 PF정상화뱅크다. 은행들이 약 1조원의 돈을 내면 이 돈으로 은행 소유의 부실PF를 사들여 정상화를 추진하자는 아이디어다. 그는 지난해 이러한 방안을 주장했지만 당시만해도 당국이나 시장의 주목을 받진 못했다.
"은행들은 당국이 움직이기 전까지는 협력해 무언가를 한다는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작년에 기업구조조정촉진을 위해 법정관리 채권을 산 게 사실상 처음이고 그전까지는 각자가 자신의 문제를 푸는 방식이었죠. 부동산PF도 마찬가지입니다. 채권단 각자에게 맡겨두면 일의 진척이 느려요. 이걸 한데 모아 살릴 곳은 살리고 매각할 곳은 매각하는 식으로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처리하는 방식이 필요했던 겁니다."
한마디로 한 곳의 사업장에 서너곳의 은행이 엮여있는 것보다는 이들 은행의 권한을 한데 모으면 문제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도 골치아픈 부실채권을 내주고 PF정상화뱅크에 출자한 금액 만큼의 지분을 들고있는 것이라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미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 매각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고 PF사업장이 정상화되면 기대했던 것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현재 어떤 PF사업장을 대상으로 정상화에 들어갈지 사전 실사를 하고 있다"며 "다음달 안으로는 부실PF 매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의 고민은 비교적 괜찮은 건설사들이 부실PF에 발목잡힌 문제를 어떻게 풀지에 모아지고 있다. 은행들로선 상황이 괜찮은 건설사가 보증을 선 PF사업장을 굳이 값을 낮춰 PF정상화뱅크에 팔 유인이 크지 않다. 돈을 돌려받는데 문제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건설사와 PF사업장 둘다 부실화된 경우는 땅을 팔든 시공사를 바꿔 사업을 진행하든 결정을 내리기 쉽지만, 건설사는 정상인데 PF사업장이 부실화돼있다면 채권단 사이에서도 문제를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면서 "아직 수면위로 부각된 문제는 아니지만 이 경우 어떤 원칙과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장은 한국신용평가에 몸담던 시절 인연을 맺은 이헌재 전 금융감독위원장에 의해 1998년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초대 사무국장으로 발탁돼 대우그룹 등 재벌 구조조정 실무작업을 진두지휘한데 이어 2001년에도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 설립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을 맡는 등 구조조정 역사의 중심에 서있었다. 국민은행 부행장과 하나은행 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등을 지냈지만 여전히 그를 대표하는 수식어는 `구조조정 해결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