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인플루엔자 A(H1N1, 이하 신종플루)가 국제사회에 공식 보고된 것은 지난 4월23일이다.
당시 신종플루는 돼지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 SI), 돼지독감이라고 불렸다. 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돼지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식명칭은 `신종인플루엔자 A (H1N1)`으로 명명됐다.
신종플루는 동물을 매개로 발병한다는 점에서 조류독감(AI)과 비교가 됐지만, 여러 면에서 조류독감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조류독감에 걸린 새들은 발병되는 즉시 집단 폐사하는데 반해 돼지들이 신종플루로 인해 폐사했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조류독감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후진국에서 집중 발생, 사망자들도 이들 지역에서만 주로 보고됐다. 조류독감이 발생한 이래로 전세계를 통틀어 전체 사망자수는 300명을 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신종플루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됐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는 물론 한국과 일본 등 조류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는 물론 인체감염조차 1건도 보고되지 않은 나라에서도 집단적으로 환자가 발생해 소수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는 차이점도 있다.
◇ `점점 빨라지는 전파속도`
국내에서 처음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5월2일의 일이다. 첫번째 환자는 멕시코에서 입국한 수녀였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 공식통계상 멕시코· 미국·캐나다·스페인·영국 등에 이어 14번째로 신종플루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홍콩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번째로 신종플루 확진환자 발생국으로 기록됐다.
환자수가 100명을 넘어서면서 증가속도는 가팔라졌다. 한주 평균 200명 이상의 신규환자가 발생하면서 7월22일에는 누적환자가 1000명을 넘어섰으며, 그로부터 채 한달이 되지 않은 8월15일에는 2000명까지 이르렀다.
특히 지난 18일부터는 하루 환자발생수가 100명을 넘었다. 19일 97명, 20일 268명, 21일 108명, 23일 188명 등을 기록하면서 불과 9일만에 10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해 총 3113명을 기록하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만 증가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신종 플루로 3명이 사망한 일본의 경우 신종 플루 감염자가 최근 1주일 사이 11만명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일본 보건당국도 초비상이 걸렸다.
미국 대학의 가을 학기를 앞두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신종 플루 사태가 악화될 경우 수업중단을 고려해야 한다는 공식 지침을 내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세계 신종플루 감염이 앞으로 수개월 안에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며, 각국 정부는 신속한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신영수 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은 "곧 전세계적으로 추가적인 확산기가 올 것이며, 상당수 국가에서 수개월 동안 3~4일마다 감염자가 두 배로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한국, 아직은 낮은 사망률..`만일 대비 대책 필요`
국내에서는 한동안 사망자가 나오지 않자 `감기보다 못한 신종플루`라는 얘기도 곳곳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신종플루의 치사율이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약한 것일까? 문제는 다른 나라들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24일 현재(한국 시간 기준) 미국의 경우 전체 감염환자 4만7426명중 사망자는 522명이었다. 이어 ▲브라질 5767명중 488명 ▲아르헨티나 7173명중 439명 ▲멕시코 1만9712명중 170명 ▲오스트레일리아 3만3228명중 132명 ▲칠레 1만2175명중 116명 ▲태국 1만3019명중 112명 등이다.
이들 국가들을 포함해 전세계 63개 국가에서 26만6595의 감염환자가 발생해 이 가운데 269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나라별로 10%에 가까운 사망률을 보이는 곳도 있고, 우리나라나 일본의 경우처럼 0.1% 이하의 사망률을 보이는 곳도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신종플루는 말 그대로 새롭게 나타난 질병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정확하게 파악된 것이 없다"며 "특히 한국 두번째 사망자에서 볼 수 있듯이 매우 치명적이며, 언제 어떻게 그 본 모습을 드러낼 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처럼 `반드시` 사망률이 낮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만도 없는 처지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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