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회색이 당신을 ''촌티''에서 구원하리라

원색 세련되게 살릴 조연으로
  • 등록 2009-03-18 오후 12:20:00

    수정 2009-03-18 오후 12:20:00

[조선일보 제공] 올봄, 패션의 주연은 강렬한 원색의 '에시드 컬러(acid color)'. 인기그룹 소녀시대가 몰고 온 컬러 스키니진이 최고의 핫 아이템으로 부상했고, 핫핑크·코발트 빛으로 물든 컬러 슈즈도 인기다. 하지만 잘못 입으면 '튀기만 하는' 촌스러운 패션이 될 수도 있다. 이럴 땐 조연을 적절히 활용해보자.

패션 전문가들이 원색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배색으로 강력 추천하는 색은 회색. "잘못된 원색 코디로 인한 촌티를 벗게 하는 '구원투수'로 회색만큼 제격인 컬러가 없다"는 것이다. 왜 하필 칙칙한 회색이냐고? 오해다. 평론가 최경원씨는 저서 '붉은색의 베르사체, 회색의 아르마니'에서 "회색은 가장 칙칙한 색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은 색을 머금고 있는 색이기도 하다. 음악으로 보자면 여러 소리가 한꺼번에 울리는 화음과도 같다"고 했다. 무색무취 같은 회색의 숨겨진 힘을 강조한 표현이다.

▲ 오렌지색 원피스+회색 레깅스. 회색이 강렬한 오렌지빛이 전신에 감도는 것을 차단(왼쪽), 회색 후드티+핑크 레깅스. 회색이 주는 칙칙함이 사라지고, 핑크빛도 부드러워 보인다(오른쪽).

삼성패션연구소 김정희 팀장은 "회색은 조용하고 차분한 친구 같은 색이다. 컬러의 강한 충돌을 막아주는 중화제로 가장 좋은 색"이라고 설명한다. 보통 강한 컬러엔 무채색을 매치해 톤다운시키는 게 패션 정석. 하지만 같은 무채색 계열인 화이트와 블랙은 색 자체가 주는 느낌이 강해 원색에 받쳐 입기에 적당하진 않다. 블랙은 컬러를 더 강하게 만들고, 화이트는 너무 밝아 색이 날려 보인다. 반면 회색은 '친화력'이 좋다. 부드럽게 색을 톤다운시켜 주기 때문에 핑크·블루·노랑 등 밝은 컬러와 톤을 맞추면 묘하게 어울리면서 세련된 분위기를 낸다. 원색과 회색을 컬러 코디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컬러의 비율. 김태희·이효리 등의 코디를 담당하고 있는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는 "회색의 비율을 전체 의상의 30% 이하로 줄여 포인트를 주든지, 회색을 절반 이상으로 해서 원색을 포인트로 줘야 한다. 반반씩 섞으면 어정쩡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지난 겨울 각광받았던 레이어드와 빈티지 스타일이 여전히 강세이므로 원색과 회색을 레이어드로 연출하는 것도 방법. 코오롱패션 김은정 디자인실장은 "안에 받쳐 입는 옷을 옐로나 핑크 등 원색으로 하면 겉옷은 회색으로 하고, 겉쪽이 알록달록하면 안에는 회색으로 받쳐 입으면 좋다"고 말했다. 비비드한 컬러의 원피스의 경우 회색 레깅스를 신으면 시선 분산 효과가 있다. 회색톤의 머플러나 레깅스, 모자, 구두 등 액세서리를 원색 옷과 매치해도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모델=오수경, 촬영협조= 쿠아, 산드로,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

▲ 회색 미니원피스+회색 가방+회색 구두+샛노랑 후드티셔츠. 회색의‘회춘제’는 노랑(왼쪽), 남색 카디건+회색 반바지+회색 비니. 고루한 색 배합이지만, 반바지+모자의 매치가 포인트(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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