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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 중앙은행의 관리들은 아무도 공식적으로 달러의 대외가치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단지 열심히 물가 인플레이션만을 걱정할 뿐이다.
물가 인플레이션이 예상과 달리 잘 떨어지지 않아서 연방기금금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 말이 어쩐지 달러의 대외가치가 낮아지고 있어서 정책금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말로 들린다.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미국은 부채의존 그리고 자산의존 경제이며, 이 결과로 연간경제생산액의 6~7%에 이르는 경상적자를 계속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가 이런 상태에 들어가 있다면 이미 그 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의 중심통화인 달러 생산국이기 때문에 달러 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달러 흑자국 중앙은행들이 흑자 달러로 미국의 금융자산(*미국이 발행하는 부채)을 사주기 때문이다. 금리마저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 더 쉽게 말하면 다른 나라들이 힘들게 생산한 물건을 미국에 주고 대신에 미국의 종이 화폐인 달러를 받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달러 부채에 의존한 경제 성장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은 다음 두 가지 시나리오로 접근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미국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부채와 자산이 벌이는 쇼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부채가 늘어나서 자산 가격이 올라간다고 하자. 한 나라에서 부채가 10 늘어나면 일반적인 경우 그 나라 자산의 가격은 부채의 몇십, 몇백 나아가서 몇천 배가 늘어날 수 있다. 그래서 부채가 늘어나도 자산 대비 부채의 비용은 낮아질 수 있다. 이를 보고 사람들은 안심해도 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부자가 된 것으로 착각하고 소비를 늘린다. 보통은 값이 올라간 자산을 담보로 부채를 늘린다. 만약 이때 많은 사람들이 자산을 팔아서 부채를 갚고, 남은 돈으로 소비를 늘리려고 하면 그 순간 자산의 가격은 과거의 수준으로 떨어진다.
다시 말하면 부채는 실제의 부채이지만 자산은 평가액일 뿐이다. 그래서 부채의 규모가 차입자가 현금으로 부채의 원리금을 갚기 어려운 수준까지 늘어나면 그리고 이때 자산의 가격이 떨어지면 부채는 그냥 액면 금액으로 그대로 남지만 자산의 가격은 크게 떨어진다. 이렇게 하여 부채에 의존한 성장이 멈추게 된다.
바로 이런 상황이 부분적이나마 지금 미국의 주택금융시장에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전체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에까지 파급되는 것을 막으려면 집을 팔려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자금 수요보다 더 많은 자금이 어디선가 신용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미국이 달러 부채에 의존한 경제 성장을 멈추어야만 하는 또 다른 시나리오는 미국 밖에서 오는 것이다. 즉 미국과의 달러 거래에서 달러 흑자국들이 더 이상 달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달러 흑자국들이 더 이상 달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미국이 달러를 너무 많이 찍어내어 또는 신용을 창조하여 달러의 가치를 물타기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달러의 가치는 지금의 수준까지 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와 조금 다르다. 지금은 주택금융에 불고 있는 불안을 생각하면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달러 가치를 생각하면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 최근에 미국 국채의 금리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금 가격도 올라가고 있다.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 것 외에는 모든 면에서 달러에게는 상황이 나쁘다. 과연 달러는 어디로 갈 것인가?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이 글을 쓴 하 대표는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홈페이지 http://www.haclass.com으로 가면 다른 글들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