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브린의 서울Insight)대머리의 미학

  • 등록 2006-12-27 오전 11:37:57

    수정 2006-12-27 오전 11:37:57

[이데일리 마이클브린 칼럼니스트] 난 보통 남자의 외모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지만, 지난주 어느 신문에서인가 중년의 대머리 남자들 사진을 보면서 꽤나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외국인 배우거나 운동선수들 같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한국인에 종교재단 학원의 교장이었다. 이  분들은 대머리 시위를 하고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머리카락을 잘라 비분강개를 표현하고 있었다.
 
왜? 손가락을 자르는 것보다 나은 까닭이다. 고통도 없을 뿐 아니라 다시 자라나준다.

사립학교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저지하려는 이들의 데모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도대체 왜 삭발식을 하느냐는 점이다. 왜 한국에선 대머리가 저항과 시위, 죄수, 참회의 표상이 된 걸까.

한국은 인터넷 분야에선 선진국이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구석도 많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머리는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머리는 더 이상 우스갯소리의 대상이 아니다.

남성들의 패션 스타일이고 미식축구선수, 뮤지션, 갱스터와 같은 남성성의 아이콘이다. 숀코네리, 브루스 윌리스, 데이비드 베컴, 필 콜린스를 생각해보라.

나 역시 머리카락 수에 사소한 문제가 있다. 사실 어렸을 적 난 길게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다녔지만 사춘기 시절부터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30대 초반에는 탈모가 상당히 진행되었다. 정면에선 보이지 않아 잘 몰랐는데 어느 날인가 정수리에서 커다란 구멍이 자라나는 걸 알게 되었다. 이마도 점점 넓어졌다.

놀라거나 비탄에 빠지지는 않았다. 그러기엔 진행속도가 너무 더디었다. 하지만 낙심으로 우울해지는 건 피할 수 없었다. 매일 아침 이를 닦고 면도를 할 때마다 나는 세월의 악마에게 굴복 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계시가 내렸다. 아주 밀어버리면 어떨까? 사실 계시는 아니었다. 한 여성의 조언이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난 마치, 말하자면,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으라는 말처럼 이상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패션가의 유행을 들며 나를 설득하였다. 수년간 한국에서 지내던 나는 해외의 패션 경향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몇 주 뒤, 난 세월의 악마에게 모든 걸 내주었다.

머리를 밀었다.

이는 승리의 결정타가 되었다. 적은 내 머리카락을 가져갔지만 나의 존엄은 가져가지 못했다.(The Enemy got the hair but not my dignity.) 압도적인 힘에 양보하는 유능제강의 전략으로 나는 승리하였다. 대머리를 기꺼이 드러냄으로써 나는 멋쟁이 40대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니었다. 사람들은 친절하게도 내가 20년전 사진보다 훨씬 어려 보인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다른 나라에서 여자들이 얼마나 대머리를 섹시하게 보는지, 그리고 대머리가 정력가라는 진실을 한국의 여성들은 알아주지 않았다. (솔직히 진실은 아니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한번 쓰다듬어 보게 해달라는 여성은 만나보지 못했다. 늙은 외국인 수도승 죄수 시위대를 바라보는 눈빛 뿐이었다.

2007년에는 더 이상 시위대가 대머리를 오남용하지 않는 세상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나와 뜻을 함께 하는 대머리 독자가 있다면, 함께 삭발 시위에 반대하는 기자간담회를 마련해볼 계획이다.

대머리들이 모여 삭발식까지 거행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마이클 브린(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즈 컨설턴츠 대표이사)

<영어원문>

I’m not normally one for appreciating male looks, but last week I saw front-page photos on the newsstands of a bunch of bald middle-aged men and thought they looked cool. I assumed they were foreign actors or athletes.

But the captions identified them, to my surprise, as headmasters of religious schools and as Koreans. These hunks were in fact protesting and using their bald heads in the same way that other protestors use placards. Or, to express more extremely, they cut off their hair because it was a temporary - and painless - solution compared to cutting off their little fingers.

You’re probably familiar with their issue which is to do with government interference in private schools. My issue is, How come they can further their cause by shaving their heads? Why is baldness in Korea a symbol of protest, prison, or penance?

Korea may be an advanced nation in Internet things, but in other areas it is behind the times. You may not have realized it but in the rest of the world, bald is beautiful.

Baldness is no longer the target of jokes. It has become a fashion statement for men, notably for iconic males such as footballers, musicians, and gangsters. Think of Sean Connery, Bruce Willis, David Beckham, Phil Collins.

You may have noticed that I too am hair-handicapped. Actually, when I was young I had long hair, but it began falling out when I was a teenager. By my early 30s, this process had overtaken re-growth. I didn’t notice it at first because I only ever looked at myself in the mirror straight on, but a hole began to develop in the top of my head. Then my forehead got bigger.

It would be wrong to say that this was alarming or distressing. It happens far too slowly for the victim to become distressed. But it was disheartening to have this living symbol of youth’s Enemy - time and nature - staring at me every morning when I brushed my teeth and shaved my face.

Then came a revelation. Why not shave the whole lot? Actually, it wasn’t a revelation. It was female advice. At first this idea struck me as weird as coming to work wearing a bra and panties &8211; for me, I mean. But my advisors argued on the basis of fashion in the outside world. Having been in Korea for years, I wasn’t aware of changes overseas. And after a few weeks, I decided to give Youth’s Enemy what he wanted.

I shaved.

It turned out to be a winning strategy. The Enemy got the hair but not my dignity. By employing the martial arts technique of yielding to overwhelming force, I won. I embraced baldness and became elevated from nerd to fashionable 40-something.

Except in Korea. People are polite and say I look younger than my photos of 20 years ago. But that’s it. Nothing about what women in other countries know is true about bald men and virility (which actually isn’t true, but who cares?). No requests to rub it. Just a look that says, monk criminal protestor old foreign guy.

I tell you, in 2007, this abuse of baldness by protestors has got to stop. In fact, if any readers are bald too and want to join me, I’m planning a press conference to protest against this trend.

All we need is some hairy people who will volunteer to let us shave their heads in protest.
 
By Michael Breen(The president of Insight Communications Consult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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