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못가에 정성 들여 가꾼 분재 같은 분위기의 섬솔밭. | |
▲ 애은당 담 옆에 화사하게 핀 나팔꽃. | |
덕동마을 숲은 3개 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마을 어귀에 송계숲(松契), 마을을 휘감으며 흐르는 용계천 변의 용계정(龍溪亭) 건너편에 정계숲(亭契)이 우거져 있다. 용계정 위쪽 널찍한 연못 뒤편에 물러 앉은 솔숲은 물줄기에 갇힌 섬 같다고 해서 섬솔밭(島松)이라 불렀다.
이른 아침 옅은 안개 속에 무릉도원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마을로 들어서자 송계숲은 군무를 추는 듯한 황홀경으로 반겨준다. 불청객의 느닷없는 ‘침입’에 놀랐는지 새들이 지저귄다.
지금은 사라진 옛길 옆에 서 있을 때는 지나치려면 머리를 스쳐야 했다는 도하송(到下松) 맞은 편 골목길로 들어섰다. 귀목나무, 회화나무 등 갖은 빛깔의 색조를 띠는 아름드리 거목들이 도열한 길을 따라 들자 용계정이 마주한다. 정자 마루에 올라섰다. 용계천 건너로 푸른 이끼 덮인 연어대(鳶漁臺) 바위절벽이 돌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그 뒤로 20~30m 높이의 소나무들이 학을 불러들이기라도 할 듯 신비스런 모습으로 숲을 이루고 있다.
용계정을 빠져나와 메뚜기 여치가 풀섶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마을 길을 따르는 사이 앞이 탁 터지면서 발 아래 널찍한 연못이 펼쳐지고 그 뒤로 섬솔밭이 보인다. 연못으로 내려서자 연 잎에 올라앉아 있던 개구리들이 물로 풍덩 뛰어든다.
▲ 빨갛게 물든 담쟁이덩굴과 봉선화, 그리고 새하얀 설악초가 어우러진 담장. | |
▲ 시원한 맛이 일품인 도다리물회. | |
애은당(愛隱堂), 사우당(四友堂), 여연당(與然堂), 덕계서당(德溪書堂) 등은 200~300년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고택들이다. 마을 가운데 있는 덕동민속전시관(토·일요일에만 개관·054-243-5327)에는 마로 짠 행랑, 마구(馬具), 망와(望瓦), 제복(祭服) 등 마을에서 나온 유물 6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덕동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모두 노인들이었다. 막 털어낸 벼 낱알을 말리는 할머니든, 경운기 몰고 논으로 가는 할아버지든, 29가구 마을 주민 대부분 일흔이 넘었다. 그런데 다들 얼굴이 환하고 입가에 웃음이 넘쳤다. 숲이 주는 풍요로움 때문인가 보다.
드라이브 코스
▶대구~포항간고속도로 서포항(기계·안강) 나들목(054-242-9500)에서 빠져나와→ 31번 국도를 타고 기계면을 지나 인비교 사거리에서 우회전한 다음→ 921번 지방도로 따라 약 10km 북진하면 도로 변에 ‘문화부 지정 제15호 덕동문화마을’ 안내판이 보인다.
▶월포 이후→오도리를 지나→칠포까지는 멋진 해안도로로를 따르다 흥해 쪽으로 방향을 틀어→7번 국도를 따라 포항 방향으로 진행하다→ 첫 번째 삼거리에서 28번 국도를 따르면 곧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포항 나들목에 닿는다.
▶포항 시외버스터미널 앞 안강·기계행 정류소(신안여객 054-251-7202)에서 버스가 하루에 4회(07:10, 11:40, 13:30, 17:00) 운행한다. 거치는 곳이 많아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 1시간30분, 1300원.
맛집
▶서포항 나들목 부근 기계면소재지에 있는 인동식당(054-243-1162)은 추어탕 한 가지 메뉴로 인근의 식도락가를 불러모으는 집이다. 보리 찧을 때 나오는 가루에 다시마, 고추, 무청 등을 섞어 만들어낸 시금장의 맛도 독특하다. 6000원.
▶월포~칠포 해안은 바닷가 풍광도 뛰어나지만 멋진 조망을 갖춘 횟집도 많이 있다. 오도리 신선도횟집(054-261-6345) 잡어물회 1만원, 도다리물회 1만5000원, 회덮밥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