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가상자산·양도세·상속세 격돌…“확 깎아야” Vs “예정대로”

15일 조세소위서 세법 개정안 논의 착수
“가상자산 과세유예·공제 확대” Vs “예정대로”
“양도세 장특공제 강화” Vs “장특공제 그대로”
“상속세 최고세율 낮춰야” Vs “세율 인하 반대”
  • 등록 2021-11-15 오전 9:38:04

    수정 2021-11-15 오전 9:38:04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치권과 정부가 가상자산(암호화폐·가상화폐), 부동산 양도소득세, 상속세를 놓고 정면 충돌할 전망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과세를 늦추거나 세 부담을 낮추자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당초 여야 합의대로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1년 늦춰야”, 윤석열 “과세 반대”

15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이날 오전 소위원회 회의를 열고 가상자산 등 주요 쟁점 관련한 세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에서는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참석한다.

앞서 작년 12월 국회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수익 250만원의 초과분에 대해 20%의 세율로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내년에 비트코인을 팔아 1000만원의 수익을 봤다면 공제액(250만원), 거래 수수료, 취득가를 뺀 순수익에 20%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정치권은 당초 이같이 합의해 세법을 처리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과세 수정에 나섰다. 정치권 주장의 핵심은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시작 시점을 연기하거나 공제한도(250만원)를 올리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2022년으로 예정됐던) 가상자산 과세를 1년 늦추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조세의 기본은 신뢰”라며 “납세자인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납세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준비 없이 급하게 추진된 과세는 정당성을 얻기 어렵고, 조세저항과 현장의 혼란을 불러오게 된다”면서 과세 유예를 주장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지난 8월 청년 싱크탱크 세미나에서 “현재 상태에서 과세는 반대한다”며 “지금 상태에서 과세하는 건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자문단 경제 간사(총괄)를 맡은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과세 수위를 낮추거나 유예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에서는 가상자산 공제 수준을 대폭 늘려 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재명 후보는 “(공제) 한도를 대폭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 양도·대여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보고 다른 소득과 합산해 5000만원(현재 250만원)까지 공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 상장주식 공제 한도(5000만원)와 똑같게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에 추경호 의원은 “일단 과세 시점을 미루면 한도는 추후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홍남기 “가상자산 이익에 과세 당연”

비트코인 시세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과 비교해 최근 급격하게 올랐다.(자료=빗썸)
그러나 정부는 과세 수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조세 원칙대로 가상자산 수익에 과세하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여야 합의 이후 지난 1년간 정부가 과세 시스템 구축에 나섰는데, 대선을 앞두고 이렇게 뒤집는 것은 정책 신뢰를 훼손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봉급 생활자가 투명하게 소득세를 내고 있는데, 가상자산(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에 의해 발생한 수천만·수억원 이익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며 “(봉급 생활자와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가상자산) 과세는 이뤄져야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홍 부총리는 “주식은 금융투자 상품으로 자본시장육성법 규제를 받는데, 가상자산은 특정금융정보이용법(특금법)에 따라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자산”이라며 “(해외에서도) 이에 따라 무형자산에 대한 과세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는 “국회 여야 의원님들이 가상자산을 과세하기로 합의해서 법이 바뀐 것”이라며 “(이에 따라 정부는 과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연말까지 구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6일 국감에서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기반이 갖춰졌다”며 “(이를) 유예하는 건 법적 안정성과 정책 신뢰성 측면에서 어렵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부동산 양도세, 상속세도 격돌

부동산 양도세를 놓고도 격론이 예상된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인 유동수 의원이 지난 8월 대표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논의된다. 이는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가 비과세되는 고가주택 기준을 현행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개정안은 주택 거래로 인한 양도 차익 규모와 관계없이 일괄 적용되던 1세대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율(장특공제, 거주기간 40%+보유기간 40%)을 변경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양도차익이 1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주택은 보유기간 공제율이 현행 40%에서 10%로 대폭 축소돼 세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국민의힘은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12억원으로 상향하는 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장기보유특별공제 차등화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과세 기준을 12억원으로 올리는 것과 장특공제 차등화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는 상황이다.

상속세 개편 논의도 시작된다. 앞서 기재부는 국회에 제출한 ‘상속세 주요 쟁점에 대한 검토의견’ 보고서에서 상속세 공제 혜택을 늘리고 최대 10년까지 세금 납부를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해 기재부는 법을 개정해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중견기업의 연매출 범위를 3000억원 미만에서 4000억원 미만으로 늘리기로 했다. 연부연납(납부 연기) 최대 허용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재부는 “부의 집중 완화 측면에서 과세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공존하고 있다”며 세율 인하에 반대했다. 또 현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 대안으로 거론되는 유산취득세에 대해선 입법 추진 여부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에 따라 상속세 인하를 주장하는 정치권과 격돌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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