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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달러화가 1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거품 낀 홍콩 부동산시장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가격 하락에 따른 버블 붕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번주 홍콩 통화당국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지난 5월 이후 석 달여만에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해 홍콩달러를 사들이는 직매입을 단행했다. 홍콩은 지난 1983년 이후 미 달러당 7.8달러에 연동하는 페그제를 적용하고 있고 2005년부터는 환율 상·하한선을 7.75~7.85로 설정해 환율이 상한선에 도달하면 홍콩달러를 매입한다.
이에 따라 홍콩내 모기지대출 등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현지 은행간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주택시장에 부담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올들어 두 자릿수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평균 집값이 곧바로 하락하는 모습은 없지만 내년부터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노루 노기모리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홍콩은 고평가된 주택시장과 높은 부채와 같이 과거 금융위기를 겪었던 국가들에서 나타난 전통적인 징후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위기에 더 민감한 주식시장에서는 주택시장 둔화 우려를 미리 반영하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부동산 개발회사인 헨더슨랜드 디밸로프먼트 주가가 올들어 12%나 하락했고 선훈카이가 8%, 휠록이 7%, 그레이트이글이 5% 등 대부분 부동산 개발회사 주가가 떨어졌다. 로브 서바라먼 노무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은 홍콩 경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인 만큼 부동산시장 위축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실제 주택 건설과 부동산서비스는 홍콩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홍콩 주택시장을 지지해주던 중국계 자본 유입이 최근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동산서비스업체인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70억달러에 이르렀던 중국 자본 유입규모가 올 상반기에는 8억3500만달러로 줄었다. 테렌스 탕 콜리어스 자본시장 이사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시장, 특히 주택시장에서의 투기를 규제하고 있는 만큼 홍콩 주택을 주로 사들여온 개발업자들의 매수여력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홍콩 정부는 최근 부동산시장 경착륙을 우려해 비어 있는 주택 매입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안정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모건스탠리는 “시장내 투자심리가 게속 악화된다면 이런 조치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