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길 곳 없어 고향 못가요"…10일 황금연휴에 펫팸족 한숨

대형 동물호텔·동물병원 일찌감치 예약 마감
애완동물 돌보느라 귀성 포기하고 귀경 서두르기도
유기동물 급증 우려…연간 20% 여름 휴가철 발생
5월 9일간 연휴 때 공식집계만 2120마리 버려져
  • 등록 2017-10-02 오후 1:00:00

    수정 2017-10-02 오후 7:55:43

서울 미아동에 있는 한 애견호텔에서 주인과 반려견들이 놀이방에서 펫시터의 도움을 받으며 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경기 수원에 사는 염모(33)씨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 고향 방문을 포기했다.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1살배기 반려견을 맡길 동물 병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염씨는 “오랜만에 아들 얼굴을 보고 싶어하시는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반려견을 돌볼 사람이 나밖에 없어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여행 등으로 집을 비우면서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례도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애완동물 돌보느라 귀성도 포기하는 ‘펫팸족’

최장 열흘 간의 ‘황금연휴’로 해외 여행을 떠나는 등 설레고 들뜬 분위기 속에 ‘펫팸’(PetFam)족(族)은 한숨이 늘고 있다. 연휴 기간 운영하는 대형 동물호텔과 대형 동물병원은 일찌감치 예약이 모두 들어찼고 대신 돌봐줄 사람도 구하기 어려워서다. ‘펫팸’이란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을 말하는 펫패밀리(PetFamily)를 줄인 말이다.

대다수 애완동물 돌봄 서비스 업체는 연휴 내내 문을 닫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구할 수 있는 개인 돌보미(펫시터)에게 맡기자니 ‘동물 학대에 노출되는 게 아닐까’ 불안한 생각도 든다.

대형 동물호텔 등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예약이 꽉 찼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동물호텔 관계자는 “문의가 오면 혹시 모를 취소 고객이 생길 수 있어 대기 순번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워낙 수요가 많아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규모가 작은 돌봄 업체 관계자는 “휴가철과 함께 설·추석 명절이 대목인 건 사실이지만 직원들도 명절을 지내야 하기 때문에 연휴 기간 근무를 강권할 수는 없어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애완동물로 가족간에 마찰을 빚거나 아예 귀성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제주에 사는 주부 강모(36)씨는 “결혼 초기 시어머니가 ‘내 아들보다 애완견을 더 살뜰히 챙기는 것 같다’며 서운한 감정을 비치신 뒤로 명절에는 될 수 있으면 애완견을 지인들에게 맡겨왔다”면서 “올 추석 연휴에는 해외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이 많아 맡아줄 사람을 찾는 게 어려워 시댁 방문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애완 동물 탓에 귀경을 서두르기도 한다.
거북이를 키우는 고등학생 이모(17)군은 “며칠 정도는 먹이를 주지 않아도 괜찮겠지만 아무래도 며칠 일찍 돌아와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최장 황금 연휴에 유기동물 급증 우려도

이번 추석 연휴가 역대 최장인 만큼 버려지는 동물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휴가철이 되면 실제 휴가지에 고의로 반려동물을 버리고 오거나 동물병원에 아픈 동물을 맡겨놓고 찾으러 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구조된 전체 유실·유기동물 8만 9733마리 가운데 여름 휴가철이 있는 7∼8월 버려진 반려동물이 총 1만 8029마리였다. 연간 유기동물의 20% 수준으로, 유기동물 5마리 중 1마리꼴로 휴가철에 버려지는 셈이다.

이번 추석만큼이나 길었던 5월 황금연휴 당시에도 9일간(4월 29일∼5월 7일) 무려 2120마리가 버려졌다. 연휴 기간 하루 평균 235마리꼴이다.

농식품부는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해 내년 3월부터 반려동물 유기시 소유자에 부과하는 과태료를 현행 100만원 이하에서 300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동물권단체 ‘케어’도 2014년~2016년 전국의 유기동물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일년 중 산책 및 나들이가 많은 5월~7월 기간에 가장 많은 유기동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추석 명절 기간이 낀 7~9월에도 유기 행위가 많이 발생했다.

케어 관계자는 “(휴가나 명절 기간)멀리 이동할 때 반려동물을 의도적으로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고 애초에 동물 입양 절차를 까다롭게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 지하 2층에 있는 애견호텔 ‘몰리스 펫샵’에서 반려견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몰리스 펫샷은 최장 열흘 간 연휴를 앞두고 예약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사진=신세계 센텀시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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