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캐딜락은 CT6와 XT5의 등장과 함께 빠르게 모델 라인업 확장을 위한 신차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으며 짧게는 2019년, 길게는 2022년까지 수 많은 ‘뉴 캐딜락’이 등장을 에고하고 있다. 지난 10년 이상, CTS로 대표되던 이전의 캐딜락은 이제 저물고, CT 그리고 XT로 대표되는 새로운 캐딜락의 시대를 맞이 하고 있는 셈이다.
캐딜락의 새로운 전환점을 알리는 CT6에 올라 캐딜락의 미래를 추측하고 싶었다.
한편 전폭은 1,880mm로 경쟁 모델 대비 다소 좁은 편이고, 전고는 1,450mm로 큰 차이가 없다. 긴전장을 가지고 있는 만큼 휠 베이스 역시 3,109mm에 이르러 매끈하고 공격적인 실루엣을 완성한다. 국내에 출시되는 CT6는 모두 V6 엔진과 AWD 시스템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950kg의 무게로 경쟁 모델 대비 ‘상대적인 가벼움’을 느낄 수 있다. 참고로 1,950kg의 무게는 카본 코어 시스템을 채택한 BMW 7 시리즈보다 가벼운 무게다.
캐딜락의 재도약을 이끈 ‘아트 앤 사이언스’ 디자인 철학은 어느새 많은 시간을 이어오며 캐딜락에게 너무나 익숙한 감성이 되었다. 물론 아트 앤 사이언스의 디자인은 여전히 압도적이고 ‘타협하지 않는’ 그 아집 같은 예리함을 최근에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하다. 하지만 캐딜락은 ‘변화의 시기’를 감지했고, CT6는 캐딜락 내부에서 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거대한 프론트 그릴과 큼직한 브랜드 엠블럼, 보닛 라인부터 범퍼 하단까지 수직으로 배치된 LED 유닛과 날카로운 실루엣이 돋보이는 헤드라이트는 이전의 캐딜락과 다름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전면 범퍼 하단에 가로로 길게 이어진 크롬 피니시를 더해 ‘세로’에 집중했던 기존의 디자인 기조에 ‘가로’의 요소가 가질 수 있는 가치를 암시한다.
캐딜락 CT6의 측면 디자인은 캐딜락 디자인의 장점과 특징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조금 더 화려한 라인을 더하고 더 다이내믹한 라인으로 스포티한 감성을 강조하는 것도 좋았겠지만 캐딜락은 그 자체의 무게감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택했다. 실제 프론트 펜더 쪽에 자리한 엠블럼과 도어 패널 하단의 크롬 몰딩 외는 단조로운 감성을 유지해 ‘당당함과 여유로움’을 강조했다. 여기에 캐빈을 뒤로 밀어 스포츠 세단의 비례를 연출해 최근 캐딜락의 기조를 음미할 수 있도록 했다.
프리미엄 콤팩트 스포츠 세단인 ATS와 드라마틱한 스포츠 세단이 된 3세대 CTS 그리고 최근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된 ‘아이콘’ 에스컬레이드의 경우 센터페시아의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을 두고, GM의 전통적인 듀얼콕핏 디자인을 계승한 인테리어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제 CT6를 통해 앞으로 선보일 ‘새로운 캐딜락의 인테리어’를 선보인다.
캐딜락 CT6의 보닛 아래에는 캐딜락이 새롭게 개발한 V6 3.6L 직분사 엔진이 탑재된다. 이 엔진은 6,800RPM에서 최대 340마력을 내며 5,300RPM에서 39.4kg.m의 토크를 자랑한다. 그간 경쟁 모델대비 ‘철저한 출력 우위’를 선보였던 ATS, CTS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대신 오토 스톱 앤 스타트 기능과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적용해 효율성을 추구했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를 적용하고 전자식 사륜구동을 채택하여 340마력을 네 바퀴에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엔진, 다단화된 변속기 그리고 첨단 기능 등을 통해 복합 기준 8.2km/L의 공인 연비를 확보했다. (도심 7.2km/L 고속 9.9km/L)
크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역시 볼 때마다 그 큰 체격에 놀라게 되는 CT6의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시트와 스티어링휠의 위치를 조절하고 룸미러의 트리거를 당겨 리어 뷰 카메라 미러를 활성화했다. 리어 뷰 카메라 미러는 아마도 CT6에게 있어 모든 운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기능’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우면 V6 엔진이 회전하며 손 끝과 페달을 통해 부드러우면서도 어딘가 긴장된 감각이 전해진다. 기본적인 정숙성은 우수한 편이지만 언제든 달릴 준비가 되었다는 듯한 늬앙스로 여겨졌다. 캐딜락 엠블럼의 형상을 한 기어 쉬프트 레버를 D로 옮기고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기본적으로는 부드럽고 나긋한 모습이다. 물론 340마력과 39.4kg.m의 토크가 비슷한 체급의 경쟁 모델 대비 우위를 점하는 출력이 아닌 것도 있겠지만 캐딜락 스스로가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가속감을 선보이고자 했던 의지가 커 보인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차량의 성격이 급변한다.
대신 변속을 위해 출력이 잠시 끊어졌다 이어지는 순간의 충격을 최소로 줄이는 단정함으로 VIP를 위한 안락함을 이끌어 냈다. 이는 캐딜락 고유의 세팅으로 혹자는 다른 제조사의 세팅을 거론하며 캐딜락의 세팅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다른 브랜드의 기준을 캐딜락에 억지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체의 조합은 다소 미묘하다. 견고한 차체는 당연한 선택, 그리고 브렘보에서 공급한 브레이크 시스템도 납득할 수 있다. 덕분에 고속 주행에서의 안전과 어떤 상황에서도 차량의 출력을 확실히 제어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굳이 CT6에 MRC를 적용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스러웠다.
RPM 상승과 함께 생기를 얻는 ‘자연흡기 엔진’, 부드럽지만 빠른 8단 변속기, 트랙션 분배가 만족스러운 AWD,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 시스템과 MRC로 이어지는 조합은 슈퍼 드리븐이나 풀사이즈 세단이라기 보다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 혹은 캐딜락 CTS를 위한 조합처럼 느껴지고, 또 실제로도 이러한 요소 덕에 ‘오너 드리븐’의 재미도 분명 존재한다.
시승을 하며 기자 역시 처음에는 부드러운 주행, 그리고 연비를 신경을 쓰며 쇼퍼 드리븐 차량을 다루는 모습이었지만 시승이 끝나갈 무렵에는 여느 캐딜락의 스티어링 휠을 쥐고 있는 것처럼, 어느새 운전하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참, 참고로 리어 뷰 카메라 미러는 장시간 작동 시 발열을 느낄 수 있었지만 시종일관 넓은 시야를 선사하며 무척 높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점: 강렬한 디자인과 리어 뷰 카메라 미러, 오너 드리븐의 재미 그리고 가격
안좋은 점: 다소 단단한 주행감 그리고 때때로 드러나는 오너 드리븐의 성향
캐딜락 CT6를 경험하며 느낄 수 있던 캐딜락의 미래는 명확했다. 첫 번째는 앞으로도 여전히 다이내믹한 감성을 추구할 것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새로운 디자인의 등장을 예고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새로운 기술, 첨단의 기술 그리고 IT와의 조합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CT6 보다 큰, 상위의 플래그십 세단’이 등장할 것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