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과거사위 진실규명 신청 없었다면 국가배상 불가”

"시효 지났고 진실규명결정 주문에 희생자 이름 없다"
1·2심에서는 1740만원 배상판결
  • 등록 2015-04-17 오전 10:08:57

    수정 2015-04-17 오전 10:08:57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법원이 1940년대 미 군정의 강압적인 식량정책에 반발해 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발포로 수백 명이 숨진 ‘대구 10월 사건’의 희생자에 대해 국가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유족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과거사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하지 않았고 희생자 이름이 진실규명결정 주문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은 대구 10월 사건의 희생자 정모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74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환송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씨의 유족들은 진실규명 신청도 하지 않았고 또 과거사위가 (정씨에 대해) 직권으로 조사를 시작하지 않았다”며 “진실규명결정 주문에는 빠졌다”고 설명했다.

과거사위의 대구 10월 사건 진실규명결정일인 2010년 3월부터 3년이 지나기 전에 소를 제기했다며 시효를 인정한 1·2심과 달리 대법원은 시효 소멸을 주장한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정씨 유족이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이유로 권리 소멸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특별한 사정이 없다”며 “국가가 시효 소멸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구 10월 사건은 1946년 10월1일 대구에서 시작된 대규모 시위운동으로 ‘대구 10월 항쟁’이라고도 불린다. 미 군정의 친일관리 고용과 쌀 수탈에 항의해 약 7500명의 대구 시민이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의 총탄에 수백 명이 숨졌다.

이 과정에서 시위가 무장항쟁으로 변했고 미 군정이 계엄령을 선포하며 무력을 사용, 시위가 남한의 모든 지역으로 확산됐다. 과거사위는 2010년 이 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들에 대한 사과와 위령사업을 지원하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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