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열 논란이 불거진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다시 설계하기로 한 데 이어 삼성전자(005930)로부터 가격 인하 압박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뢰도 하락 및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퀄컴은 최신 모바일 AP인 ‘스냅드래곤 810’의 발열 문제 개선을 위한 작업에 착수해 늦어도 3월까지는 새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 S6 출시 전에 문제를 해결해 모바일 AP 공급을 재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3월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에서 갤럭시 S6를 공개한 직후 글로벌 출시에 나설 방침이다.
스냅드래곤 810이 이미 LG전자(066570)의 커브드 스마트폰 ‘G 플렉스2’ 등에 공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퀄컴이 굳이 칩 재설계에 나선 것은 최대 고객인 삼성전자를 잡기 위한 조치다. 퀄컴의 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퀄컴 측에 스냅드래곤 810 칩셋 가격 인하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략 4~5%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격 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퀄컴은 스냅드래곤 출하량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 외에 추가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삼성전자가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낼 수 있었던 것은 자체 개발한 모바일 AP ‘엑시노스 7 옥타’가 성능 측면에서 스냅드래곤 810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모바일 AP를 공급받지 못해도 갤럭시 S6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모바일 AP를 생산하는 시스템LSI사업부의 실적 개선과 시장 점유율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갤럭시 S6에 탑재되는 모바일 AP 전량을 엑시노스로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의 생산량 규모나 퀄컴과의 협력관계 등을 감안할 때 3월 이후 생산 물량에는 퀄컴 칩 사용 비중을 늘려 나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스냅드래곤 810 재설계나 가격 인하 요구는 향후 퀄컴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
한 스마트폰 제조업체 임원은 “삼성전자와 퀄컴 간의 역학 관계가 확실히 변하고 있다”며 “퀄컴 입장에서는 모바일 AP 최대 거래선이자 시장 내 경쟁자이기도 한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지 고민에 빠진 모습”이라고 전했다.
|
▶ 관련기사 ◀
☞애플, 삼성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판매 1위' 오르나
☞삼성전자-현대차, 똑같은 주주환원책에도 엇갈린 주가
☞삼성전자 프린터, 美바이어스랩 선정 '올해의 라인업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