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열된 분양시장..‘묻지마 청약’ 안돼

  • 등록 2014-10-05 오후 4:30:59

    수정 2014-10-05 오후 4:30:59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2014년 하반기 분양시장이 뜨겁다. 2007년 이후 최고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사들은 새 아파트 분양물량을 대거 쏟아내고, 수요자들은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알짜 물량 찾기에 여념이 없다. 새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분양 성공 예후라는 ‘떴다방’들이 수두룩하다.

민간 정보업체들이 추산하는 올해 총 분양예정 물량은 31만8000여가구.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해 밀어내기 분양물량이 쏟아져 나왔던 2007년 30만5000여가구를 넘어서는 규모다. 이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연초 세운 목표보다 연말 실적이 몇 천 가구씩 늘어나는 건설사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9·1 대책이 바꿔 놓은 부동산시장의 대표적 모습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완화 기조 속에 6~7년간 이어져온 집값 하락세가 끝을 내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른 기대감이 분양시장 과열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시장에선 이보다 더 걱정스런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묻지마 청약’이 그것이다.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떴다방들의 부추김에 아파트 청약시장으로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최근 청약경쟁률이 100대 1을 넘어서는 단지들이 속속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청약에 떨어져도 5000만~1억이 넘는 웃돈을 얹어주고 집을 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우리는 2007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물량을 쏟아내자 달아오르는 분위기에 휩쓸려 청약시장에 뛰어든 사람은 한 둘이 아니었다. 고분양가라는 사실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후 1년이 채 안돼 시장 상황이 급냉 기조로 바뀌자 계약 후 입주포기자가 늘면서 미분양물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하우스푸어도 속출했다.

최근 주택시장은 고삐 풀린 망아지와 같다. 분양권 전매기한은 최대 1년으로 줄었고, 투기거래허가구역도 투기지역도 없다. 불법이 난무해도 이를 막을 규제방안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규제가 많았던 2007년에도 밀어내기 분양 이후 후유증이 심각했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쓰디 쓴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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