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watch] 추도식 대신 경축식 참석한 朴대통령

  • 등록 2013-08-15 오후 5:08:13

    수정 2013-08-15 오후 5:08:13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8·15 광복절은 대한민국 최대 경축일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잊지 못할 애도일이다. 전국민의 축하 속에 열리는 광복절 기념식도 박 대통령에게는 아픈 기억의 행사다. 39년 전인 1974년 이날 박 대통령의 어머니인 고(故) 육영수 여사가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북한공작원 문세광이 손 흉탄에 맞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당시 22살이었던 박 대통령은 대학 교수가 되려는 꿈을 품고 프랑스에 유학 중이었다. 어머니의 비보를 들은 박 대통령은 곧바로 귀국길에 올랐다. 그해 여름방학 때 잠시 귀국해 어머니의 얼굴을 본 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장례식을 치르고 한동안은 가슴이 뻥 뚫린 듯했다. 마치 가슴이, 심장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팔다리가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하루하루를 보내다가도 문득 바라본 하늘에 변함없이 찬란하게 떠 있는 태양을 보면 태양은 저리도 변함이 없는데 어머니만 세상에 계시지 않는구나, 차디찬 흙 속에 홀로 누워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00년 출간한 ‘나의 어머니 육영수’의 한 대목이다.

어머니의 급서는 박 대통령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장례식을 치른 박 대통령은 5년 후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될 때까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박 대통령에게는 어깨 너머로 국정운영을 배울 수 있는 기간이었다.

박 대통령은 매년 광복절에 ‘재단법인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서울국립현충원 박정희 대통령·육영수 여사 묘소에서 거행되는 추도식에 참석해 왔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첫 해인 올해는 광복절 경축식 참석으로 불참해야 했다. 하지만 슬픈 기색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어머니의 피격을 사주한 북한을 향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을 제안하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경축식에 참석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도 8·15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박 대통령의 원로참모진 7인회의 중심 인물인 김 실장은 공안검사로 재직중이던 1974년 당시 육 여사를 피격한 문세광의 자백을 받아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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