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이슈)주택담보대출 제한, 채권시장 영향은?

은행채 발행 축소요인..수급상 호재
창구지도 얼마나 효과있을까..좀 더 지켜봐야
  • 등록 2006-06-23 오전 10:25:50

    수정 2006-06-23 오전 10:26:49

[이데일리 최한나 황은재 기자] 금융감독원이 은행채 발행에 대해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주택담보대출까지 제한함에 따라 은행채 발행 기세도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대출이 줄면서 유동성 비율 확보를 위한 은행채 발행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은행채 발행 축소가 최근 박스에 갇혀 관망하고 있는 금리를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보이면서도, 이번 조치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은행채 발행 `기세 꺾였다`

이번 조치로 시중은행들의 유동성 비율 확보에 여유가 생기면서, 은행채 발행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또 상반기 은행권들의 공격적인 대출 세일즈도 정점에 달했다고 보고 있는 만큼 이번달을 마지막으로 순발행에서 순상환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한 시중은행 발행담당자는 "6월말 유동성비율 확보를 위한 발행이 끝나고 나면 7월부터는 공격적으로 발행하는 은행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일시적인 유동성 비율을 확보를 위해서는 콜자금 운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차환발행 수준 정도에서 발행이 이뤄질 것을 보인다. 본드웹에 따르면 올 하반기(7~12월) 산금채, 중금채를 포함한 시중은행들의 은행채 만기 도래 규모는 31조4498억원이다. (관련기사) 은행채 발행 `정점 지났다`

건설경기 역시 은행채 발행 감소 예상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지난달 30일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올 1-4월까지 주택건설실적은 수도권 3만8346가구, 지방 7만2413가구 등 총 11만795가구로 전년 동기대비 7.2% 늘어났지만 이달 19일 발표된 `4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 현황`은 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주택담보대출 감소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착공 실적을 보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미분양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미분양률이 계속해서 늘고 있고, 사무실 공실률도 높아지고 있어 주택담보 대출 감소에 따른 은행 발행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경우 파이는 일정한데 그동안 은행들이 나눠먹거나 빼앗기 경쟁을 해왔고 이 부분 역시 한계에 이르렀다"며 "이제는 은행채 발행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이 콜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CD 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점도 가계대출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여기에다 주식시장의 조정 등으로 시중 유동자금이 은행 특판 예금으로 속속 유입되고 있어, 은행들의 자금 조달 부담도 감소하고 있는 점도 은행채 발행 축소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호재냐 악재냐..조치 실효성 여부가`관건`

이번 조치를 바라보는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은행채 발행 축소와 시중자금의 채권시장 유입,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금리인상 가능성 약화 등으로 금리에 호재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조치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어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호재로 인식하는 쪽에서 내세우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은행채 발행 축소에 대한 기대. 최근 단기물 시장을 틀어막는 주범이었던 은행채 물량이 감소하면 단기금리가 뚫리고, 이어 전체적인 금리의 하향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논리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은행의 대출용 자금 확보가 필요없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은행채 발행이 줄어든게 된다"며 "수급상 분명한 호재"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으로 몰려들던 자금이 이번 조치를 계기로 이탈, 채권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존 대출 상환금의 재투자가 힘들어짐에 따라 대안으로 채권 매입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번 조치를 통해 실제로 집값 하락의 효과가 나타난다면 향후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소폭이나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운용처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라며 "부동산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치가 실효를 거둔다면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은의 금리인상 이유가 하나 줄어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로 인해 채권시장이 받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보는 참가자들도 많았다. 조치의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는데다, 궁극적으로 보면 부동산시장을 잡겠다는 당국의 강한 의지가 나타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투신사 관계자는 "부동산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면 호재일테지만, 이번달만 제한하는 것인지 계속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구체적인 지침이 아니라 구두개입 정도의 형식이라 얼마나 구속력을 지니게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선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일단 6월에는 은행들이 따라가겠지만 7~8월이 되면 다시 늘려나갈 것으로 본다"며 "이번 조치에서 제외된 2금융권으로 돈이 몰릴 수도 있고, 외국계 은행들이 얼마나 따라줄지도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치가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은 어제오늘 일이지만, 창구에서 실제로 주택담보대출을 줄여나간 것은 꽤 된 걸로 알고 있다"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없는데다, 부동산을 잡겠다는 의지 차원에서 보면 금리에 비우호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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