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잇단 수요예측 실패…고금리 사모채로 발돌리는 기업

AA급이 4%대 주고도 미달
투심 위축에 고금리 사모채 발행
"기업 흑자도산 우려해야"
  • 등록 2022-07-22 오후 12:01:55

    수정 2022-07-22 오후 12:01:55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금리를 평균 이상으로 높여 주고도 수요예측에서 목표 자금의 반도 채우지 못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공모채 수요예측 시장에 명함을 내밀 엄두를 못내 사모채 시장을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수요예측 참여금액은 5조9320억원을 기록했다. 연초(14조1220억원) 대비 8조 넘게 감소한 것이다. 참여율도 14% 감소했다. 연초 이후 수요예측 투자심리가 하향곡선을 그리는 양상이다.

수요가 위축되면서 회사채 시장의 투자지표로 불리는 신용등급 AA- 회사채와 국고채 간 스프레드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88bp까지 치솟으면서 10bp(1bp=0.01%포인트)넘게 벌어지기도 했다.

우량채에 속하는 AA급도 저조한 수요예측 반응에 고배를 마시고 있다. 신용등급 AA0인 메리츠금융지주(138040)는 지난 15일 3년물 2200억원, 5년물 300억원 수요예측을 시행했으나 모집액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3년물과 5년물 모두 기준 금리는 개별 민평금리로, 가산금리 밴드는 3년물 -30~+30bp, 5년물 -40~+40bp를 제시해 4%대 고금리 수준이었음에도 투자심리는 냉랭했다.

A급의 수요예측 모집 미달은 더 빈번해졌다. 지난 20일 진행된 통영에코파워(A+)의 3년 만기 무보증사채 780억 모집이 10억원 모집에 그쳤다. 지에스(GS)그룹 계열사 지에스엔텍(A0)도 지난달 말 800억원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모집액의 4분의 1 수준을 채우는 데 그쳤다. 개별적으로 추가 청약을 진행해도 채우지 못할 경우 주관사와 인수단이 미달 물량을 떠안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수요예측에서 줄줄이 외면당하는 사례가 늘자 공모채 시장에 명함 내밀기를 포기하는 기업들도 늘었다. 최근 한 달 사이 적지 않은 기업이 공모채 대신 사모채 발행을 택했다. 이랜드파크가 40억, 위니아가 102억원을 7%대 고금리를 주고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밖에도 최근 한화에너지(1000억원), 효성화학(500억원) 메가박스(250억원) 등이 사모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채에 불리한 환경이 지속되고 있어 어차피 도전해봐야 실패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니 어쩔 수 없이 사모채 시장으로 향하는 것”이라며 “사모채는 수요예측 없이 물밑 협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이 대부분 고금리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 환경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지난해까지 거둔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마련해둔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부담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유동성 관리에 실패에 ‘흑자도산’에 빠지는 사태를 우려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는 AA급 채권도 2024년까지 만기가 돌아올 것이 많아 차환 리스크까지 불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예상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부채 상환 및 이자 지급 능력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차환 실패가 느는 것”이라며 “과거에 경험한 IMF 시기의 흑자도산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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