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기사도 묻더라…'루나'가 흔든 암호화폐 업계[현장에서]

美 '컨센서스' 콘퍼런스서도 작은 않은 파장
"루나 사태로 인한 규제, 기업가 정신 무디게 만들어선 안돼"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행사, 주요 연사 불참에 무게감 떨어져
  • 등록 2022-06-12 오후 3:17:10

    수정 2022-06-12 오후 3:32:32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우버를 탔는데 기사까지 ‘루나’에 대해 묻더라고요.” 미국 최대 블록체인 콘퍼런스 ‘컨센서스 2022’ 현장에서 만난 국내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컨센서스 행사장이라는 목적지를 확인한 우버 기사는 루나 투자로 큰 손실을 보진 않았는지, 암호화폐 업계의 미래는 괜찮은 건지 물었다고 한다. 루나·테라 사태의 파장이 얼마나 큰지 실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컨센서스는 ‘반쪽짜리’ 행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주요 연사들이 불참하며 콘퍼런스의 무게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이번 행사에는 ‘돈나무 언니’라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일찌감치 취소됐다. 암호화폐 거래소 FTX를 창업한 샘 뱅크맨-프라이드 CEO도 현장에 오진 않고 화상으로만 강연했다.

‘컨센서스 2022’ 전시장 (사진=컨센서스 공식 트위터)


수만 명이 모인 현장에서도 루나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렸다. 마크 유스코 모건크릭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둘째날 행사에서 “달(Luna)이 땅(Terra)으로 갔다니 아이러니하다”며 “이번 사태는 커뮤니티 리더나 인플루언서가 카리스마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는 루나2를 발행하며 부활을 꿈꾸고 있지만,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이미 테라를 실패한 프로젝트로 규정짓고 있었다.

루나 문제로 한국 블록체인 기업이나 프로젝트의 신뢰마저 위협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현장에서 만난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그렇진 않다”고 했다. 정상원 플레이댑 사업 총괄은 “‘한국 개발사들은 다 사기야’하는 분위기는 없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블록체인은 실패에 대해 수용성이 있는 산업군 같다”고 말했다. 최용호 위메이드 위믹스 부문 상무도 “해외 프로젝트(기업)들과 논의를 했을 때 국적이 중요하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다”고 했다.

오히려 루나의 실패로 인한 규제 강화 분위기가 기업가 정신을 무디게 만들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합리적인 규제를 원하지만, 혁신을 약화시켜선 안 된다는 얘기다. 위기 상황에서 돌파구를 뚫을 수 있는 것도 기업들의 왕성한 기업가 정신뿐이다. 올해 행사에는 한국에서도 200명이 훌쩍 넘는 기업 관계자들이 파트너 미팅,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발걸음을 했다. 루나를 뛰어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또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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