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한 달째 지속되는 가운데 유독 결혼식에 대한 인원제한 규제가 지나치게 빡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불만에도 20일 발표된 새로운 거리두기 지침에선 결혼식장 참석인원 조정이 제외되면서 예비부부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예비부부들은 보증인원에 대한 금액을 전액 지불하고 싸구려 답례품을 강매 당하는 등 결혼식장 ‘갑질’에도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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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거리두기 4단계에서 결혼식장은 양가 친족을 포함해 총 49명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반면 교회 등 종교시설은 최대 99명, 콘서트장은 최대 2000명까지 수용 가능하며 마트와 백화점은 인원 제한이 없다. 아울러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등 일부 시설은 시설면적당 인원을 제한하고 있지만 결혼식장은 면적별 입장인원 차등이 없다.
결혼식장 특성상 홀마다 면적이 다르고, 식사공간과 예식홀이 분리된 예식장도 있는 등 일괄적으로 지침을 지키기엔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예비부부들은 면적을 고려하지 않은 인원제한과 타 시설과 달리 유독 허용 인원이 적은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토로한다. 정부가 거리두기 지침 발표만 하고 대안을 고려하고 있지 않아 책임을 자신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거리두기 지침부터 애매모호하다 보니 세부지침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예식장이 대부분이다. 식사 제공을 49명까지 한다고 해도 예비부부들은 200~300명 가량의 보증인원 금액을 모두 결제해야 한다. 보증인원의 10%를 ‘할인’해 준다는 예식장도 일부 있지만 49명만 입장하는데 200명 기준 180명이나 되는 금액은 만만치 않다.
식사를 하지 못하는 손님에게 예식장 쪽을 통해 제공하는 답례품도 문제다. 예식장이 정상가격이 의심스러운 제품을 고집하는 경우 이에 대한 선택권이 사실상 예비부부들에게 없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 한 호텔 예식장을 예약한 배모(33)씨는 답례품으로 와인이 제공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업체 측에서는 고급 와인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저가 제품이었다. 배씨는 “업체에서 정확한 가격을 이야기해주지 않으니 사실 선택권이 없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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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한 해 혼인 건수는 전국 21만3502건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4만4746건, 경기가 5만7814건으로 수도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은 전국 4.2%였으며 서울은 4.7%, 경기는 4.4%로 집계됐다.
전국신혼부부연합회 측은 “코로나19가 유행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결혼식과 관련된 방역 지침은 형평성 측면에서 나아진 바가 없어 직접 움직여야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정부 정책이 합리적으로 개선돼 예비 신혼부부가 보다 나은 여건에서 결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비대면 트럭 시위의 취지를 밝혔다.
다만 거리두기 4단계가 2주 더 연장되면서 결혼식장 입장 인원에 대한 세부지침은 개편되지 않았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결혼식장 입장 인원을 완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들의 시위는 장기전으로 이어질 방침이다. 예비부부들은 여성가족부와 중수본 등에 지속적으로 관련 민원을 넣고 있다.
지난달 거리두기 4단계 상황 속에서 결혼식을 마친 A씨는 이미 끝났다고 해서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앞으로도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정부가 거리두기 지침을 수정할 때까지 좌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A씨는 “형평성 있는 거리두기 조정안이 나올 때까지 계속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