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실적·주가, 삼성물·엔지 합병說 재점화

삼성엔지니어링 어닝쇼크 '도화선'
경영권 승계 용이..경영효율화 도움
삼성물산, 세계 10권 건설사 노려볼만
  • 등록 2013-10-19 오후 7:29:45

    수정 2013-10-19 오후 10:19:03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삼성엔지니어링이 ‘어닝쇼크’ 수준을 뛰어넘는 최악의 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가 오히려 반등하는 저력을 보이면서 삼성물산과의 인수·합병설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은 지난 3분기 영업손실이 7467억5400만원을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기간 매출액은 1조94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06% 줄었고, 5250억9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 예상했던 영업손실 170억원보다 엄청나게 큰 규모의 손실로 ‘경악’ 수준란 평가까지 나온다. 반면 이날 주가는 전날보다 4.0% 오른 8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10% 가까이 급락했지만 상승 반전했다.

이에 따라 삼성엔진니어링의 영업손실 만회를 위한 자본확충 필요성까지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물산이 인수합병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합병설 힘을 얻는 이유 = 예전부터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조금씩 흩어진 건설부분을 하나로 묶어 통합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삼성그룹 내 건설부문은 삼성물산을 주축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에버랜드가 각각 가지고 있다. 이러한 건설부문을 하나로 단일화하면 어느 정도 경영차원에서 효율성이 있을 뿐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그룹 승계때 잡음을 줄이고 계열 분리도 쉽게 할 수 있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합병설이 급물살을 탄 것은 지난 8월부터. 삼성물산(000830)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지난 8월~9월 두달에 걸쳐 주식 1.82%를 대량 매입하면서다. 당시 삼성물산 측은 단순 지분투자라고 밝혔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의 어두운 실적 전망이나 중동지사업의 수익성이 불투명한 가운데 발생한 대량매입이라 주목을 받았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을 인수합병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아울러 최근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의류, 패션부문을 양도받은 것도 합병설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세계 10위권 건설사 탄생하나= 삼성물산은 8조원이 넘은 삼성전자 지분(4.1%)을 가지고 있는 그룹 내 핵심계열사다. 삼성엔지니어링이 경영권을 두고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한다면 삼성물산이 최근 확보한 지분은 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

또 삼성물산은 삼성정밀화학 지분 5.59%을 가지고 있다. 이를 패션을 에버랜드에 넘기고 사실상 화학만 남은 제일모직의 엔지니어링 지분 13.1%와 맞바꿔 정리하면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요주주로 떠오를 수 있다.

삼성물산은 본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을 확보한 그룹 계열사는 제일모직(13.1%)과 삼성SDI(5.09%), 삼성화재(1.09%), 삼성생명(0.02%) 등이다.

한편 합병이 현실화된다면 삼성물산은 세계 10위 안에 드는 건설회사가 될 수 있다. 건설전문지인 미국ENR지의 2011년 자료 기준으로 두 회사의 매출은 130억 달러에 달해 합병이후 세계 8위의 종합건설사다.

이광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룹 내 자원 투입의 비효율성을 줄이는 등 양사가 합병한다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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