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가 끝나고 나서 호텔 정문에서 최 사장과 이 회장이 마주쳤다. 최 사장은 이 회장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기기로 말문을 열었다. 당시 이 회장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LG전자의 `뉴초콜릿폰`.
최 사장은 "LG전자 휴대전화만 사용하지 말고 삼성 휴대전화도 좋으니 애용해달라"며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이어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최 사장은 "(아이폰과 관련) 상황은 알지만, 최소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시는 KT가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일자를 발표한 상태였다. 경쟁사의 제품 출시를 앞둔 최 사장으로서는 못내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던 반면 이 회장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5개월 뒤인 지난 4월 22일. 이 회장은 무역협회(KITA) 조찬회에 참석해 강연 후반부쯤 삼성전자의 `쇼 옴니아`를 언급했다.
쇼 옴니아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선보인 윈도 모바일 OS(운영체제) 적용 스마트폰 `옴니아 시리즈`의 KT향(向) 제품.
이어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친구도 적도 영원할 수 없다"며 "감정을 가지고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작심한 듯 직격탄을 날렸다.
KT가 그동안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SK텔레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것에 대 해 섭섭한 감정을 갖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찌됐든 이 회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서운함을 공식석상에서 드러냈다. 양사의 처지가 불과 5개월만에 뒤바뀐 것이다.
입장이 뒤바뀐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 변화가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애플은 보조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앱스토어`에서 발생하는 이익 역시 고스란히 애플의 몫으로 돌아간다.
아이폰을 많이 팔아도 큰 수익을 얻기는 힘든 구조인 셈이다.
KT가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 선수를 쳤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스마트폰 풀 라인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풀 라인업을 위해서는 국내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힘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KT가 달가울 리가 없다. 아이폰에 KT가 보조금을 대거 지급한 것은 사실 국내 제조사에게 받은 보조금으로 경쟁사를 밀어준 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계적인 아이폰 열풍으로 인해 스마트폰 경쟁 구도에서 밀리고 있는 형국도 삼성전자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입장은 제품 출시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출시할 `갤럭시`, `웨이브` 등 스마트폰을 SK텔레콤에 우선 공급할 예정이다. KT 공급은 아직 계획이 없는 상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당분간 이같은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아이폰의 등장'이 가뜩이나 '섭섭한 관계'였던 두 대기업 사이에 갈등을 키운 셈이다. 업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기업의 '감정 싸움'이 어떻게 결론날지 지켜보고 있다. 이 갈등의 결말이 두 기업 모두에게 '자충수'로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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