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후려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눈치 보기에 급급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19일 청와대에서 예정된 상생협력 성과보고대회를 앞두고 중소기업들은 이번에야 말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거래관행을 확실하게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쏟아내고 있다.
회의는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경제 5단체장과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30대 대기업, 중소기업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상생협력 회의는 지난 2005년 5월 이후 작년 12월까지 모두 4차례가 열렸다. 이번 모임은 참여정부의 마지막 상생회의로, 노무현 정부의 지난 성과를 평가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상생협력회의'가 정례화되고 정부차원에서 대기업 하도급문제에 관심을 보여준 점은 긍정적인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문제점들이 일부 개선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의 불만과 어려움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공통적인 지적이다.
◇ 세계 일류 반도체·디스플레이도 납품사 쥐어짜기
반도체부품사인 A사의 관계자는 "앞으로 사업실적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기업 입장에서는 핵심부품이 아닐 경우 거래선을 바꾸면 그만인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반도체 부품업체인 B사 관계자는 "거래하는 대기업으로부터 납품단가 인하요구가 들어오면 거부할 수 있겠냐"며 "올들어 대략 15~20% 정도는 납품단가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관행은 대형 부품업체와 중소형 부품업체들사이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한 반도체부품업체는 경쟁입찰을 통해 우선 부품공급 낙찰자를 선정한 후 다시 낙찰가격에 대한 협상을 통해 추가적으로 가격을 낮춰오다 적발되기도 했다.
◇ 자동차 부품업계 "수익성 악화로 미래가 없다" 아우성
자동차 부품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완성차 대기업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납품사들의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면서, 없계 이 곳 저 곳에서 불만이 나온다.
부품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평화정공, 한라공조, 성우하이텍, 화승알앤에이, 경창산업, 현대오토넷 등 잘 알려진 자동차부품 6개사의 영업이익률은 ▲2003년 6.48%, ▲2004년 5.86%, ▲2005년 4.40%, ▲2006년 4.01% 등으로 크게 하락했다.
내수시장이 침체를 지속한 가운데 최근 몇년간 원자재가격이 급등해 원가가 크게 상승한데다, 엔저에 원화강세까지 겹쳐 최종 납품처인 메이커들의 수익성마저 크게 악화되자 부품사들에겐 단가인하(Cost Reduction) 압력까지 가중된 까닭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이 성장하면서 부품사들의 매출도 늘어나고 있지만, 문제는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수익성은 되레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품업체들이 가장 먼저 투자해야 할 연구개발(R&D) 분야 투자나 신성장 동력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자동차부품 업계의 전반적으로 경쟁력 상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전 세계 자동차 패러다임이 연료전지차, 하이브리드카 등으로 변화하면서 향후 내연기관에 의존한 수많은 부품사들이 도태될 위기에 내몰리고 있지만, 정부차원의 지원도 완성차와 대기업 위주로 이루어져 중소 부품사들은 장래마저 암울하다고 이 관계자는 지적한다.
"예전엔 연말만 되면 차를 팔아 달라고 숱하게 떠넘겨 고생을 꽤 했지만, 요즘은 많이 개선됐다. 납품대금도 밀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국물도 없다. (납품대금을)현금으로 주면 뭐하나 이문이 없는데..."
집안에서 자동차부품업을 영위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의 푸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