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IS 30년 진화와 도전)②"잃어버린 시장 되찾는다"

국산차 해외판매 확대로 해외 A/S부품시장 급성장
모비스,순정품공급 확대와 물류 합리화로 '짝퉁'시장 일소에 나서
  • 등록 2007-05-09 오전 10:57:38

    수정 2007-05-09 오후 2:21:52

한국산 자동차 수출이 늘면서 해외 A/S부품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부품업체의 몫인 국산차 A/S시장에 다른 나라의 '짝퉁' 부품이 넘쳐나고 있다. 순정품인 줄 알고 짝퉁 부품을 사용한 소비자들은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성능과 품질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012330)는 이처럼 '비순정품'에 잠식당한 시장을 '잃어버린 시장(Lost Market)'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베이징=이데일리 정재웅기자] 과연 세계 자동차 브랜드의 각축장다웠다. 
 
4월 봄기운을 받으며 시원스레 뚫린 베이징시 외곽도로. 한국 메이커의 비중이 절대적인 서울의 거리와는 사뭇달랐다. 중국 토종 브랜드는 물론이고 유럽과 미국, 아시아 메이커의 차량들로 즐비했다. 
 
마치 국제모터쇼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현대차의 아반떼(중국모델명 엘란트라)도 곧잘 눈에 띈다. 
 
"아반떼가 꽤 많이 보이네요"라는 기자의 말에 전재덕 베이징모비스 차장은 "택시로도 많이 팔렸죠. 베이징기차와 현대차가 합작으로 만든 베이징 현대차 제품이죠.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폭스바겐 등이 가격 인하를 단행하면서 판매가 주춤한 편입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들어 현대차의 판매실적이 떨어졌다. 연초부터 벌어지고 있는 가격인하 경쟁 때문이다.
 
경쟁사들이 '제 살 깎아먹기식'으로 가격을 내리고 있지만 현대차는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기존의 가격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베이징 현대에 부품을 납품하는 베이징모비스 역시 지난 3월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 4월에도 2만7000대분의 부품을 납품할 계획이었지만 납품된 물량은 2만여대분에 그쳤다. 
 
장국환 베이징모비스변속기 총경리는 "춘절연휴 이후 폭스바겐, 닛산, GM 등이 가격을 인하하면서 현대차를 견제하고 있다"며 "현대차도 조만간 가격을 내릴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고객들이 구매를 늦추는 사례도 적지 않은 듯 싶다"고 말했다.  
 
◇ 중국은 '짝퉁' 천국..자동차 부품도 '짝퉁'으로 골머리    
  
모비스 관계자들은 그러나 현대차의 부진이 점차 해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내년에 베이징현대의 2공장이 준공되면 현대차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현대차의 시장점유율도 재차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두고두고 속 끓는 일도 있다. 모비스의 부품을 교묘하게 모조한 소위 '짝퉁' 부품이 중국시장에서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 '짝퉁' 부품들은 품질이 조악한 까닭에 넘쳐나는 짝퉁 부품으로 인해 모비스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지의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소위 짝퉁 부품은 이제 일상화 돼 있다. 중국정부에서도 과거와는 달리 지적재산권 침해사범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수의 소규모 영세업자가 중국 전역에 산재해 있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부품업체들의 짝퉁 기술은 정말 대단하다"며 "겉으로 보기에는 거의 똑같은데다 가격도 정품의 절반 이하 수준이어서 웬만하면 짝퉁임을 알면서도 구입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게다가 짝퉁부품업체 단속시에는 신변의 위협을 느낄 경우도 많아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토로했다. 
 
올 초부터 지난 4월까지 베이징 모비스가 중국공안과 함께 단속한 짝퉁부품은 건수는 총 24건. 통상적으로 짝퉁부품을 단속하면 행정처벌과 생산금지처분, 과태료 부과, 형사처벌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지난 4월까지 적발된 짝퉁부품에 대한 조치는 업체조사 2건, 행정처벌 19건, 최고 징역 3년이 부과되는 형사처벌 2건 등이었다. 총 단속규모는 10만2145점, 금액으로는 우리 돈으로 20억원 정도의 규모다.
 
하지만 이 마저도 빙산의 일각일 뿐, 짝퉁 부품을 완전히 뿌리뽑기는 힘들다는 것이 현지 주재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현대·기아차 비순정부품 세계에서 대량 유통..미국서도 사례 발생 
  
짝퉁부품의 난무로 인한 어려움은 비단 중국에서 뿐만이 아니다. 현대모비스는 아시아와 중동지역이 전체 비순정부품 시장의 30%를 차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시리아 등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에서 비순정품이 많이 취급하고 있고 대부분 현대·기아의 로고와 브랜드를 포장재에 도용해 판매중이다. 
 
   
이 뿐만 아니다. 애프터서비스(A/S) 마켓이 발달한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에도 비순정부품들의 유통이 난무하고 있다. 짝퉁부품의 메카인 중국산 뿐만 아니라 대만산 비순정부품이 무더기로 제조돼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다.  
  
미국에선 대만 부품업체가 자체적으로 헤드램프 등을 현대 모비스 상표로 유통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중동에선 유럽의 폐차 등에서 나온 부품들을 수입해 마치 순정품인 것처럼 속여파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03년 기준으로 현대 모비스가 자체 판단하고 있는 A/S부품시장의 규모는 미국의 경우 4억9000만달러, 유럽 3억5000만달러, 아시아·태평양 1억4300만달러, 아시아·중동 1억2900만달러, 중남미 1억1200만달러 등 총 12억2500만달러 규모다.
 
현재 현대·기아차가 수출해 세계 곳곳에서 운행중인 자동차 운행대수(UIO)가 1400만대에 달하고, 매년 두자릿수의 증가세가 예상되고 있어 비순정품의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S부품이 신차(新車) 판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낮은 품질의 비순정품이 미치는 해악(害惡)은 매우 크다. 
  
◇위기는 곧 기회, 해외거점 확보와 수출증대로 타개 

이 처럼 비순정부품의 해외 유통으로 인한 피해를 타개하기 위해 현대모비스는 해외 수출거점 확보하고 물량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모비스는 또 현재 도요타와 BMW가 운영중인 '인증제'를 북미시장에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딜러가 바디 숍(Body Shop)을 보유하지 않았을 경우 인근의 수리점 등과 연계해 순정품판매에 대한 ‘인증’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북미의 현지 딜러들은 모비스의 이같은 인증제 도입에 대해 가격조건만 맞는다면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비스는 이와 함께 해외 생산거점 확보를 통해 순정부품을 제때 원활히 공급하고 보쉬 등 세계적인 업체와 연계해 품질향상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해 중국 광저우에 새로운 거점을 구축하고 중국 전역을 5대 권역으로 나눠 물류센터를 건설한다.
 
또 인도 첸나이, 스웨덴의 스톡홀름, 브라질의 상파울로 등에도 해외거점을 확보, 올해 총 18개의 해외 거점을 운용하고 향후 10개를 추가, 총 28개의 거점을 운용할 예정이다. 
 
특히 스톡홀름 거점 신설은 독일의 세계적인 부품업체인 보쉬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이다. 장국환 베이징 모비스 변속기 총경리는 "현재 보쉬와 함께 도요타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며 "혹한기 테스트 등은 보쉬와 함께 스톡홀름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남기 현대모비스 부품영업본부장(부사장)은 "현대모비스는 그동안 해외거점을 확대하면서 현지 딜러가 필요로 하는 부품을 딜러에게 공급하는 시간을 최소 1.5일로 맞췄다"면서 "과거와 달리 주요거점에 부품을 비축하고 딜러들에게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두바이 거점의 경우 과거 딜러들에게 부품이 전해지는 시간이 1~2주씩 걸리던 것을 거점설립으로 인해 지금은 1~2일로 줄었다는 설명이다. 
 
정 본부장은 "이처럼 세계 곳곳의 해외거점을 통한 신속한 부품전달체계 확보로 개발도상국 등에서 유입되는 비순정부품의 확산을 막고있다"며 "이를 통해 모비스의 기업 이미지를 끊임없이 제고하고 비순정부품에 잠식된 우리의 시장을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의 품질은 부품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해외 A/S부품시장에 순정품을 공급하려는 모비스의 노력은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요소일 수 밖에 없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확장전략을 뒷받침하는 모비스의 '시장 되찾기' 노력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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