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분양 예정가격까지 공개된 은평뉴타운에 후분양제를 전격 도입한 것은 최근의 고분양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이미 은평뉴타운이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몰려 있는 상황에서 고분양가를 고수, 분양을 강행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특정 현안에 대해 언급을 자제해 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기자 브리핑을 통해 후분양제 도입 방침과 향후 분양가 검증위원회 도입 등을 밝힌 것은 이번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논란의 심각성과 함께 조기에 종식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은평뉴타운 주변 집값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서 후분양제로 바꿔 수요자들을 혼란에 빠뜨렸고, 후분양제가 집값을 낮출 수 있는 근본대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집값 폭등 주범..서울시 고육책으로 후분양제 도입
서울시는 25일 은평뉴타운을 시작으로 아파트 후분양제를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공급하는 은평뉴타운은 내년 9-10월로 분양 시기가 미뤄지고 발산 마곡지구는 공정률 80%시점에 아파트 분양이 이뤄진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아파트 분양에 앞서 시민단체와 전문가가 참여한 분양가 심의위원회의 공개 검증을 거쳐 결정할 방침이다.
실제 지난 18일 은평뉴타운 분양가격이 공개된 뒤 주변 집값이 수천만원 뛰는 등 후폭풍이 거센 상황이다. 불광동 아파트들은 최근 한 달간 호가가 평형별로 1000만∼2000만원 이상 뛰어 현대홈타운 1차 25평형은 2억4000만∼2억8000만원, 33평형은 4억7000만∼5억2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은평뉴타운의 고분양가는 주변 지역 집값은 물론 멀리 떨어진 다른 뉴타운의 집값도 `은평뉴타운을 기준으로 (은평뉴타운 이상으로) 분양가를 책정하겠다’는 움직임에 집값이 꿈틀거리게 만들고 있다.
서울시는 은평뉴타운이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몰려 있는 상황에서 고분양가를 고수, 분양을 감행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여겼고, 결국 후분양제 도입을 통한 1년 분양 연기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후분양제 도입, 급한불을 껐지만..분양가 인상·공급위축 집값 상승 빌미
서울시가 후분양제 도입을 통해 은평뉴타운 분양을 내년 9월~10월로 연기함에 따라 당장은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던 `고분양가-기존 집값 상승`의 악순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분양제 도입 자체가 분양가 인상과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오히려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공정률 80% 이후로 분양 시기가 완전히 전환되면 소비자로부터 미리 받았던 계약금과 중도금 등 분양가의 80%를 다른 방법으로 조달할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공공기관이라 해도 결국 은행 대출을 일으켜야 할테고, 이 금융비용이 결국 분양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 역시 이와 관련해 “후분양제가 도입될 경우 금융비용에 따라 평당 15만원 가량의 분양가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 후분양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선분양을 할 때 중도금 대출 등으로 계약자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를 후분양에서는 주공 등 공공기관이 부담하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 달라질 게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함께 후분양제 도입에 따라 계약자는 입주 때까지 단기간 내에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수급불안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서울의 경우 개발가능한 택지가 거의 고갈된 상태여서 만성적인 주택공급난에 시달려왔는데, 이번 후분양제 도입으로 이같은 수급불안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각종 규제로 주택공급의 유일한 통로 구실을 한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어서 중단기적으로는 후분양제로 인해 주택공급이 사실상 중단돼 신규 분양가 상승과 기존 집값의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