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되면서 영업시간이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줄어든 첫 주말. 일주일간 영업시간 단축을 몸소 체감한 자영업자들은 한숨만 내쉬었다. 영업시간 한 시간 차이에도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정부는 나몰라라 한다며 곳곳에서 분노가 터져나왔다. 삶의 절벽으로 내몰리는 이들은 ‘소상공인 수도권 걷기운동’에 참여해 직접 목소리를 높였다. 자영업자들은 자신들의 ‘절박한 외침’을 최대한 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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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수도권 자영업자들은 ‘자영업자 한마음 한걸음 걷기’에 참여하기 위해 정오쯤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공원에 모였다. 검정 옷·검정 우산·검정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은 10여명이 모이자 오후 1시 5분쯤 독립문공원 내 서대문형무소 주변을 걸었다.
정부는 지난 22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2주 연장하면서 식당·카페 영업 시간을 1시간으로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자영업자들은 상상 이상이라고 토로하며 자영업자를 고려하지 않는 정부의 방역 지침에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영업시간이 오후 10시로 늘어났을 땐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다시 영업시간이 줄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작년에 9시 영업제한일 때 진짜 너무 힘들었는데 10시로 늘어나니까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술을 빨리 먹으러 오더라”며 “단골손님을 잘 만들면 위드코로나(with corona) 시대가 왔을 때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한순간에 희망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이선희(46)씨는 “음식 나오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저녁 7시 반쯤엔 손님들이 와야 9시까지 먹고 끝낼 수 있다”며 “원래는 예약도 있었는데 이번 주에 다 취소했다”고 힘없이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엔 시간제한이 있어도 인원제한은 없어 사정이 좀 나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며 “주변 삼계탕집은 기존 1000만원 매출을 보다가 최근에 100만원으로 줄었다고 하더라”고 하소연했다.
한국신용데이터(KCD)에 따르면 지난 9~15일 전국 자영업자 평균 매출은 직전주(2~8일) 대비 4.7% 감소하면서 영업시간 제한이 매출로 직결됐다. 작년 같은기간과 비교하면 11.3% 감소한 수치다. 특히 서울 지역의 지난 9~15일 야간(오후 6시~익일 오전 6시) 매출은 코로나 타격 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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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청한 40대 A씨는 “단톡방에 사람도 많아서 오늘 많이 올 줄 알았다”면서 “이렇게 목소리가 잘 모이지 않다 보니 힘도 약해지는 게 현실이다”고 비판했다. 이씨 또한 “자영업자들은 지금이 피크시간이라 직접 나오기가 쉽지 않다”며 “아르바이트생도 요즘 많이 못써서 직접 장사하는 경우가 많아 본인이 나오는 게 곧 손실로 이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경찰과 구청 관계자는 걷기운동이 방역 지침을 위반하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 배치되기도 했다. 다만 참여 인원이 많지 않아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나 실랑이 등은 없었다.
걷기운동 주최자인 정훈(34)씨는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자영업자의 절박한 목소리는 계속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