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겨레 기자]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5년 동안 6억2600만원의 혈세를 업무추진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임위원, 사무총장, 사무차장 등 선관위 임원진은 업무추진비 카드 한도도 설정돼있지 않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2016년~2020년 9월 현재까지 중앙선관위 임원직의 업무추진비 세부내역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선관위 임원진은 심야시간대·공휴일·근무지 외에서도 업무추진비를 1000건 이상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선관위는 법적인 근거 없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적이고 공정한 업무 수행’을 이유로 국회에 업추비 내역을 제출하지 않았다.
|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사진=박수영 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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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법정 공휴일 및 토·일요일’, ‘관할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 ‘비정상시간대(23시 이후 심야시간대 등)’에는 원칙적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없다. 출장명령서, 휴일근무명령서 등 증빙 자료를 제출해 업무추진비 사용의 불가피성을 입증하는 경우에는 사용이 허용된다.
중앙선관위가 업무추진비를 공휴일과 주말에 사용한 건수는 총 191건, 금액은 약 38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국장이 33건으로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고 사무총장이 1285만 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사용했다. 근무지 외 사용 건수는 상임위원이 181건, 사무총장이 286건, 사무차장이 211건으로 총 1000건이 넘었다. 사용금액도 3억 원을 훌쩍 넘었다. 밤 22시부터 아침 8시까지 심야시간 사용액도 129건으로 약 2748만원으로 확인됐다.
선관위는 업추비 50만 원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에 대상자의 소속 및 성명을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지침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에서 건당 50만 원 이상 사용한 건수는 155건, 금액은 약 1억 3300만 원이었다. 한 번에 사용한 최고금액은 2백 19만 3000원이었으며, 100만원 이상 사용한 사례도 38건, 약 5500만 원에 달했다. 문제는 지침과는 다르게 대상자가 매우 불분명하게 적혀 있고, 대상자가 아예 기재되지 않은 것도 28건에 달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선관위 고위직 공직자가 ‘위원회 주요업무 설명 및 협조요청 업무협의회’ 명목으로 새벽 1시26분에 사용한 서울 서초구 소재 A음식점에 확인한 결과 밤 10시까지만 운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카드가 충남 천안, 경기 수원, 서울 서초구에서 연속 사용된 사례도 있었다. 오후 1시 9분에 경기 수원, 1시 22분에 충남 천안, 1시 24분에 서울 서초에서 결제가 되었는데 모두 동일한 카드였다.
박수영 의원은 “선관위가 업추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한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방만한 사용과 허술한 관리로 인한 총체적인 부실을 보여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