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운명, 장성택 숙청으로 `더욱 암울`

“일시 귀국도 난망…中, 활용가치 계속 염두둘것”
  • 등록 2013-12-10 오전 10:34:52

    수정 2013-12-10 오전 10:34:52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이후 ‘국제 미아’ 신세가 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의 미래가 장성택 숙청 여파로 더욱 어두워질 전망이다.

김정남을 챙겨온 것으로 알려진 고모부 장성택이 실각하고 고모 김경희 노동당 비서의 영향력마저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가뜩이나 입지가 좁던 김정남의 북한 내 끈이 완전히 떨어져 나간 형국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0일 “김정남은 지금도 북한에서 역할이 없지만 앞으로는 북한에 잠시 들어가는 것조차 어려워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김정일 사후 장성택과 김경희는 조카인 김정남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희는 작년 10월께 신병 치료차 싱가로프를 방문해 김정남을 극비리에 만났고, 이에 앞서 장성택은 작년 5월 북한에 일시 귀국한 김정남에게 체제 비판을 자제하라는 ‘충고’를 했다는 얘기도 나온 적이 있다.

이는 장성택, 김경희 부부가 김정남의 안위를 우려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장성택 숙청이 ‘곁가지’를 쳐내 김정은의 유일 지배체제를 확립하려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다른 ‘곁가지’인 김정남이 이제는 북한에 발을 디디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게다가 김정남은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노골적으로 3대 세습을 비판하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이단아’임을 자처했던 터다.

김 교수는 “장성택 실각은 향후 북한에서 김정남의 존재가 완전히 지워지는 것을 가속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카오 등을 거점으로 북한의 무역에 관여하던 것으로 알려진 김정남은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최근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북한 국가보위부가 평양의 김정남 세력 근거지를 습격했다는 얘기도 전해졌고, 한국이 김정남 망명 공작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기도 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김정남의 소재 문제와 관련,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에는 마카오를 떠나 중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를 오가며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정남과 북한 사이의 끈이 끊어져도 장기적으로 그의 ‘가치’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북한 체제에 급격한 변화가 닥치면 ‘백두혈통’의 일원인 김정남이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남이 오랜 해외 생활을 통해 개방적이고 실용적 사고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중국이 ‘김정남 카드’를 선호한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이 김정남이 중국에 머무를 때 신변 안전을 보장해주고 있다는 설도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장성택 실각으로 김정남의 입지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많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김정남을 더는 돕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김정남의 활용 가치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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