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달러기근시대 `발상의 전환`

꿩먹고 알먹은 원화-텡게스왑
자금조달비용 절반 줄고 원화 국제화 기여
  • 등록 2008-08-28 오전 11:09:34

    수정 2008-08-28 오전 11:14:15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요즘 금융시장에서는 달러를 구하기 어렵다고 야단이다. 기업들은 자금 조달 비용이 치솟아 걱정이 늘고 있고 은행들도 넉넉치 않은 외화유동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같은 때에 국민은행(060000)이 이례적으로 달러가 아닌 원화를 통해 해외 인수합병(M&A)대금을 지급해 화제다.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외화 조달이 어려운 시기에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고, 정부 정책인 `원화 국제화`에 가볍지 않은 공을 세운 셈이어서 `일석이조`의 거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27일 카자흐스탄 6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23%을 사면서 카자흐스탄 화폐인 599억텡게를 지급했다.

현지에서 BCC에 지급한 599억텡게는 국민은행이 우리나라 돈 5255억원을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에 주고 원화와 텡게의 스왑거래를 통해 마련한 자금.

통상 해외 M&A의 경우 달러로 직접 주거나 달러와 현지통화의 스왑을 통해 지급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번 거래에서는 원화스왑으로 지분 인수대금을 지불한 것이다.

국내 업체가 해외 인수합병(M&A)를 하면서 달러를 거치지 않고 원화스왑으로 지불한 것은 국민은행이 처음이다.

이 같은 원화스왑은 국민은행의 요청을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이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당초 국민은행은 통상적인 관례대로 달러스왑을 통해 대금을 지급할 것으로 생각하고 달러 펀딩을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지난 3월 BCC인수와 관련한 컨퍼런스콜에서 도널드 맥킨지 부행장도 "투자금액에 대한 펀딩은 달러로 조달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현상이 좀처럼 식지 않으면서 달러 값이 오르고 아예 달러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자, 원화스왑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국민은행이 달러-텡게 스왑이 아닌 원화-텡게 스왑으로 얻는 이득은 유무형으로 쏠쏠하다.

우선 자금 조달비용이 대폭 줄었다.

단순히 계산하면 원화스왑코스트는 달러로 할때의 절반으로 줄게 된다는 게 국민은행의 설명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5년물 기준 카자흐스탄 국채 금리가 9%를 넘는데, 6%에 가까운 한국 국채 금리와 3%대의 미국 국채 금리를 생각해보면 금리차이만 계산해도 스왑비용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은행이 대외적으로 원화의 국제화에 기여했다는 인정도 받게 됐다.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원화의 국제화`를 위해 외국환거래규정을 개정해 해외에서 원화 취급 규제를 완화하는 등 노력을 진행해왔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해외 M&A에서 당당하게 원화와 현지통화가 교환돼 사용됐다는 것은 원화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은 이번에 국민은행으로부터 받은 5255억원으로 한국 국채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져 추가적인 순기능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BCC 지분을 50%까지 추가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이번과 같은 원화스왑을 시도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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