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전미영기자] 미국의 이라크 침공 개시 소식과 함께 급락했던 국제 유가가 시간외거래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쟁 기간이 당초에 예상됐던 것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데다 이라크의 유전파괴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21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 시간외 전자거래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정규장 종가보다 1.6% 오른 배럴당 28.58달러까지 오른 뒤 시드니 현지시간 12시 7분 현재 28.3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정규장 마감가는 28.12달러였다.
개전 첫날인 20일 외신들은 이라크 남부 지역의 유정 십여곳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도 "이라크 군이 남부의 3~4개 유정을 폭파시켰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나온 보도에선 화염에 휩싸인 곳이 기존 원유생산 시설이지 이라크가 방어막으로 삼기 위해 석유로 채워둔 참호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의 유전 파괴 가능성은 두 갈래로 제기되고 있다. 이라크 내 원유 생산시설의 자폭과 쿠웨이트 유전에 대한 공격이 그것이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유전 파괴를 명령한다면 일차적으로 세계 원유시장의 공급 불안감이 급격히 커지게 된다. 원유시장은 세계 2위 원유자원 보유국인 이라크산 석유의 빈 자리를 개전 전부터 계속 의식해왔다. 미국만 해도 수입 원유의 2%를 "적국"인 이라크에 의존하고 있다.
이라크 국부의 원천인 유전이 파괴되면 미국의 전후 복구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국 국방부는 이라크 유전 확보를 중요한 전략 목표로 삼고 있다.
이라크 군이 쿠웨이트 유전을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플라스틱 폭탄만으로도 700개 이상의 쿠웨이트 유정을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지난 걸프전 때에도 쿠웨이트에서 퇴각하면서 유정을 폭파한 전력이 있다. 불을 완전히 끄는 데만 9개월이 걸렸고 쿠웨이트의 원유 생산량을 걸프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500억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라크가 20일 발사한 미사일 2기가 떨어진 해역이 쿠웨이트의 원유생산시설이 집중된 수아이바 공단에서 가깝다는 점을 들어 이를 불길한 신호로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