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짓하며 치타보다 빨리 달려"···경남 진주서 '조류 비행 기원 흔적' 찾아

김경수 진주교대 교수팀, 소형 랩터 발자국 보행 연구
  • 등록 2024-10-22 오전 8:47:16

    수정 2024-10-22 오전 8:47:16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한국 연구자가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팀이 경남 진주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에서 ‘조류 비행의 기원의 흔적’을 찾았다. 날개짓을 하면서 치타보다 빨리 달린 공룡의 흔적을 연구해 새들이 비행하기 전 단계의 흔적을 연구한 것이다.

진주교대는 김경수 과학교육과 교수가 포함된 연구팀이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진주혁신도시에서 발견된 약 1억 600만년전 백악기 소형 랩터 공룡 발자국의 보행 속도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22일 게재했다고 이날 밝혔다.

‘날개짓하며 달리기’ 행동을 하는 마이크로랩터 공룡 복원도.(자료=진주교대)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에서 발견된 소형 랩터 공룡 2번 보행렬을 연구한 결과 ‘조류 비행의 기원’을 간직한 세계 최초 보행렬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앞서 논문 대상인 진주의 소형 랩터 공룡 발자국은 지난 2018년에 세계에서 가장 작은 랩터 공룡 발자국으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발자국은 ‘드로마에오사우리포미페스 라루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조류 이전에 살았던 공룡의 공중행동인 ‘날갯짓하며 달리기(flap-running)’에 대해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날갯짓하며 달리기’라는 행동은 날개를 퍼덕이며 달리는 것으로 공룡과 비행 사이의 연결 고리로 보이는 행동이다. 행동 진화 연구자들은 소형 육식 공룡이 비행 능력을 진화시키기 위해서 날개를 퍼덕이며 달리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진주익룡발자국 전시관에 보존된 소형 랩터 공룡 발자국 표본.(자료=진주교대)
소형 랩터 공룡의 2번 보행렬은 발자국 길이가 평균 10.5mm, 보폭은 556.3 mm로 발자국 길이보다 보폭이 53배나 컸다. 이를 근거로 소형 랩터 공룡의 달리기 속도를 계산하면, 1초에 10.5m를 달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2638개의 육식 공룡 보행렬 중에서 가장 빠른 수치이다.

연구팀은 이 공룡이 참새 정도 크기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두 다리의 힘만을 이용해서 1초에 10.5m를 달렸다는 것은 비현실적으로 빠른 속도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몸집이 큰 동물들이 몸집이 작은 동물들보다 절대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랩터 공룡의 몸 크기를 ‘치타’ 정도로 가정하고 상대 속도를 계산하면 진주의 소형 랩터 공룡이 치타보다 더 빠르게 달린 셈이다. 이는 날개가 달린 앞발을 펄럭일 때 만들어지는 공기역학적인 힘을 사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날갯짓하며 달리기’는 공룡이 완전한 비행 능력을 갖기 직전에 획득한 진화 행동으로 알려져 연구팀은 이번 보행렬이 ‘조류 비행의 기원’을 간직한 세계 최초의 보행렬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클 피트먼 홍콩 중문대 교수는 “보존된 발자국 길이가 착륙이나 이륙하는 행동에 의해 남겨진 것인지 파악하기 충분하지 않지만, 땅 위에서 날갯짓하며 달렸던 흔적이 보존돼 있다”며 “이번 연구는 발자국 화석을 사용해 조류 이전의 공룡과 새의 비행 기원을 더 잘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수 진주교대 교수는 “조류의 비행 기원 흔적이 진주에서 발견됐다는 것이 주요 주제”라며 “많은 사람들이 새들이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어떻게 진화시켰는지 궁금해 하는데 새들이 비행하기 전 날개짓을 하며 달린다는 능력을 가졌다는 논문이 해외에서 발표된 이후 소형랩터 보행렬이 그 흔적에 해당하는 것을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김경수 교수를 비롯해 알렉산더 드세키 교수(다코다주립대), 故 마틴 로클리 교수(콜로라도대), 한스 라르손 연구원(맥길대), 토마스 홀츠 교수(메릴랜드대), 제임스 팔로우 교수(퍼듀대), 마이클 피트먼 교수(홍콩중문대)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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