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정책]부양책에 기댄 성장률 상향..달성여부 미지수

  • 등록 2013-06-27 오전 11:00:00

    수정 2013-06-27 오전 11:00:00

[세종=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정부는 27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7%로 다시 수정했다. 지난 3월 2.3%로 발표한 지 3개월 만이다.

정부는 미국의 양적 완화(QE·채권매입을 통한 경기부양책) 축소·중단과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 악재를 의식한 듯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했다. 다만,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과 추경 편성, 부동산 종합대책, 금리 인하 등 정책패키지 효과로 성장세 개선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정부가 이날 발표한 성장률은 민간연구소의 전망치와 다소 거리가 있어 향후 경기인식에 대한 오판 논란으로 불거질 여지를 남겼다.

일자리 창출과 민생안정을 화두로 내세운 새 정부 경제정책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새로운 대책을 내놓기보다 상반기에 발표한 정책들은 좀 더 구체화하고 가시화하는 쪽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 성장률, 정부만 낙관적?..민간硏 잇따라 하향 조정

기재부는 상반기 때 내놓은 추경과 부동산 대책 등 경기부양책 효과가 본격화하면 연간 2.7%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양적 완화 축소·중단도 리스크지만 경기 회복세와 맞물린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최근 지표가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도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경착륙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최 국장은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는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불러올 수 있다”며 “그러나 전반적인 미국경제 회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양적 완화 축소가 단계적으로 진행되면 세계 교역량 증가 등으로 국내경제와 세계경제 회복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런 판단과는 달리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지난 25일 분기보고서를 통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0.6%포인트 낮춘 2.3%로 수정했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은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와 중국의 질적 성장 전환, 일본 아베노믹스의 부작용 등으로 대외여건의 개선이 불투명해졌다”며 “가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주택경기 부진, 과도한 경제민주화 논의 등으로 내수회복이 제약될 가능성이 커 연간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4일 현대경제연구원도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6%로 0.5%포인트 내렸다. 지난 3월 전망치를 3.0%로 축소발표한 LG경제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 등도 기존전망치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국책 연구기관들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성장률을 지난달 3.0%에서 2.6%로 내렸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미국 경기회복 속도에 비해 양적 완화 축소가 빠르게 진행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자금경색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 무대책이 대책인 주택정책..서민 주거안정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민생안정을 위해 첫손으로 꼽은 건 서민주거안정 대책이었다. 그러나 아직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에도 별다른 주택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경기 부양의 상징적인 분양가 상한제 폐지 관련 법안은 국회 공전을 거듭하며 9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야당의 반대가 거세 9월 국회에서도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주택 공급 정책의 무게중심을 분양에서 임대로 전환했지만, 구호만 요란했다는 평가다.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 대학생 등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한 임대주택인 이른바 ‘행복주택’은 시범사업 7개 지구만 발표했을 뿐 첫 삽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 지역 민원에 흔들리고 있어서다.

민간임대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준공공임대’와 ‘토지임대부’ 임대주택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사업성 결여로 민간건설사와 임대사업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토지임대부 임대주택은 지난 정부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꼽히기도 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정부 정책이 임대사업으로 바뀌어 기존 사업지구의 축소와 변경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국회 계류 중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빠르게 시행돼 실수요자 주택거래 외에 주택 거래량 증가를 가져올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조치들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주거환경 개선 쪽으로 정책 방향이 좀 더 확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여성·시간제’에 꽂힌 일자리 창출..‘통계 착시’ 불러올라

새 정부 고용정책의 요체인 ‘고용률 70% 로드맵’의 핵심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시간제 일자리 비중 확대다. 박근혜 정부는 특히 시간제 근로자(15~64세) 규모를 지난해 149만명에서 오는 2017년 242만명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통해 60%대인 중산층 비중도 70%대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육아휴직 분할 사용횟수를 기존 1차례에서 3차례로 늘리고 육아휴직 아동연령을 만 6세에서 9세로 상향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내년에는 출산 전후 휴가와 육아휴직 일괄 표준신청양식을 개발하고 여성 퇴사가 많은 기업에 대해 운영실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키로 했다.

그러나 기업과 여성·노동단체들은 정부의 이런 정책에 비판적이다. 특히 여성단체는 시간제 일자리가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할 뿐 여성들의 육아 부담과 고용문제 등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은 비용증가에 대한 부담을, 노조는 비정규직 양산 우려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명확한 고용보장과 4대 보험 적용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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