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생각의 힘을 원동력으로 해 우리나라를 산유국으로 만들어가겠다는 포부가 가진 기업이 있다. 바로 SK에너지의 꿈이다. '대한민국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생각을 이 회사는 바꿨다. '기름이 나는 땅을 대한민국의 영토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그래서 해외 유전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낮은 확률 때문에 민간기업으로서는 투자하기 어려운 여건을 견뎌내며, 지난 20여년간 노력 끝에 현재 세계 16개국 31개 광구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우리 기름을 캐내고 있다.
SK에너지는 수입한 원유에 여러 기술을 더해 석유제품을 만들어 수출하겠다는 생각을 현실로 일궈냈다. SK에너지의 수출액은 지난 3분기까지 21조원이 넘었다.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수출 2위 기업으로 변신하는 가시적인 성과다. 석유제품이 올해 우리나라 수출품목 1위를 차지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것이다.
앞선 생각만 있다면 전세계 어디든 우리의 에너지 영토가 될 수 있고, 더욱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고 이 회사는 자신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SK에너지의 '생각'을 엿본다.
"고도화 설비 투자, 흔들림 없이 진행된다"
SK에너지(096770) 김명곤 R&M(석유사업 및 공장운영) 사장의 말이다.
SK에너지는 인천에 하루 생산량 4만배럴 규모의 네번째 고도화 설비(HCC)를 증설하고 있다. 2011년 3월까지 모두 1조 5200억원을 들여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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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은 "금융위기 등으로 기업들이 보수경영에 나서고 있어 대규모 투자를 보류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SK에너지의 고도화설비는 예정대로 건설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설까지 가동되면 SK에너지의 총 고도화 처리능력(20만 2000배럴)은 하루 20만 배럴을 넘어선다. 전체 설비에서 고도화 설비가 차지하는 비중(고도화 비율)도 현재 14.5%에서 17.6%로 높아진다.
SK에너지가 지난 10월 3분기 '깜짝실적'을 발표한 것도 '땅 위의 지상유전'이라 불리는 고도화 설비가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3분기 매출은 14조3162억원, 영업이익 7330억원, 순이익 471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두배를 넘었고, 영업이익은 75%, 순이익은 40% 늘어났다.
물론 4분기 그리고 내년 경기와 실적에 대한 우려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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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설은 앞서 지은 제1중질유분해공장(4만 5000배럴)과 제2 중질유분해공장(5만 7000배럴)의 규모를 웃도는 것이다.
원유를 정제해서 바로 석유제품을 생산 판매해 얻어지는 정제마진은 최근 마이너스 3달러(두바이 단순정제마진 기준)까지 내려갔다. 이럴때 일수록 찌꺼기를 다시 재정제해 부가가치를 올리는 고도화 설비가 수익을 담보하는데 도움이 된다.
공장가동으로 SK에너지는 연간 3조 4000억원의 원유도입비용 절감효과 및 연간 4조원의 석유류 제품 수출 증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연간 약 7조원 이상의 국제수지 개선에 기여할 것이란 관측이다.
사실 SK에너지는 규모면에서 정유업계 맏형으로 통하면서도 고도화 설비 투자는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S-Oil은 고도화 설비 덕택에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 고도화 비율이 25.5%로 국내 선두다. 시장점유율은 3위에 머물러있지만 영업이익률이 가장 앞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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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경우 작년초 기준으로 고도화 비율이 미국 55.8%, 독일 36.7%, 이탈리아 46.9%, 일본 24.6% 등을 보이고 있다.
벙커C유가 원유 정제량의 절반 가까이 나온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는 사실상 자국에서 생산되는 벙커C유 전부를 재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SK에너지가 고도화설비 투자를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총성없는 자원확보 경쟁, 급등락하는 유가 등을 고려한다면 고도화설비는 그나마 외부의존을 줄일 수 있는 자구책이 될 수 있다.
SK에너지는 3기 고도화설비를 완성하면서 최첨단의 기술력을 확보했고, 운영능력까지 개선시키고 있다.
김명곤 사장은 "울산에 세번째 고도화설비를 완성하면서 SK에너지는 평균 2년 정도 걸리는 공기를 15개월로 9개월여나 단축했고, 통상 3개월이 걸리는 시운전 기간을 2개월로 줄이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고도화설비는 원가부담을 줄여주는 등 경쟁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SK에너지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면서 "대내외적인 투자여건이 불안하지만 차질없이 네번째 고도화시설 완공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