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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가루쌀로 만든 쌀 제품의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빵은 물론 과자와 라면 음료까지 제품군이 크게 확장했다. 이제는 밀가루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그 쓰임새가 넓어졌다는 평가다. 정부도 가루쌀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인 만큼 식품 외식업계도 여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 9일 가루쌀로 만든 만두인 ‘비비고 우리쌀 만두’를 선보였다. 제품은 쌀을 넣어 판든 피로 쫀득한 식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출시 초반 고객 반응도 좋다는 것이 CJ제일제당의 설명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글루텐프리 등 트렌드에 맞춰 가루쌀을 활용한 비비고 만두 제품을 선보였다”며 “가루쌀 활용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제품 출시는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지원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현재 농식품부는 가루쌀 제품화 패키지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부터 가루쌀 활용 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쌀 공급과잉 해소와 수입 밀 의존도 감소를 위해서다. CJ제일제당 뿐 아니라 올해도 농심, 삼양, 피자알볼로, 런던베이글 등 30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들도 다양한 가루쌀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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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쌀은 일반쌀을 빻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이 둘은 품종부터 다르다. 가루쌀 품종의 쌀은 전분 구조가 일반쌀 품종과 달리 치밀하지 않은 특성이 있다. 이 덕분에 가루를 내기에 적합한 품종이다.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빻아 빵이나 라면, 과자 등 제품을 만들수 있다.
라면도 빵 분야에서도 관련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농심(004370)은 지난달 ‘별미볶음면 매콤찜닭맛’을 출시했다. 제품은 일반쌀보다 부드러운 가루쌀의 강점을 살려 건면으로 제조했다. 하림(136480) 역시 국산 쌀을 사용한 건면과 미역을 넣은 ‘미역국 초록쌀라면’을 내놨다. MZ세대의 인기를 끌고 있는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도 지난 5월 ‘단팥 쌀 베이글’을 출시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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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루쌀 제품이 갈 길은 아직 멀다. 가장 큰 관건은 생산비다. 밀가루보다 비싼 탓에 제품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가루쌀 1㎏의 가격은 밀가루(1㎏)보다 2.5배 가량 비싸다. 정부는 가공기술 지원과 가루쌀 재배면적 확대로 이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135곳의 가루쌀 전문 생산단지를 모집했다. 전년(97곳)보다 38곳 늘었다.
아직 낮은 인지도도 문제다. 이제 막 제품군이 다양화하는 단계다. 주 소비자층이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다. 호기심에 따른 소비가 아직 크다. 밀가루 대체상품이라는 이미지도 제품의 확장에 걸림돌이라는 의견도 있다. 가루쌀의 가능성을 보조 성격으로만 보고 성장을 막는다는 이야기다. 학계에서는 가루쌀 자체의 강점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가루쌀 시장 창출 및 생산·유통체계 구축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가루쌀이 기존 밀가루 시장을 잠식한다기 보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방향의 고민이 필요하다”며 “가령 기존 밀 가공식품 섭취 빈도가 낮았던 40~50대와 60대, 유자녀 가구를 타겟으로 가루쌀 함유 비중이 높은 고급화 제품 개발·홍보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