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국민 호소문을 12일 발표했다. 대국민 호소문에서 김 사장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된 개정안은 유예기간도 없이 즉시 시행됐다. 올해 3월 대통령실의 온라인 국민제안을 시작으로 시행령 개정 절차가 진행된 지 약 석 달 만”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이번 개정은 꼭 필요한 합의와 심의 절차를 무시하고 일사천리로 추진됐다”고 지적하면서도 “이 같은 막무가내식 개정에 대해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지만 개정 과정의 문제점을 밝히는 일에 앞서 저는 KBS 경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방송법 제64조(텔레비전수상기의 등록과 수신료 납부)에 따라 TV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은 수신료로 매달 2500원을 내야 한다. 징수 업무는 그간 방송법 제67조(수상기 등록 및 징수의 위탁)에 따라 1994년부터 한국전력이 위탁받아 전기요금과 통합해서 맡아왔다. 이 가운데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게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고,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리투아니아에서 재가를 했다.
김 사장은 “KBS가 상업방송사들이 하기 어려운 공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그동안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공영방송 KBS가 존재 가치를 국민께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며 “반성한다. 저희 스스로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KBS의 사장으로서 KBS 구성원들에게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선포했다. 내외부에서 지적받고 있는 공정성과 경영 효율화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살피고 고쳐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면서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 우리 사회에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분골쇄신하는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정부는 이번에 시행령을 개정하는 사유로 ‘국민 불편 해소와 선택권 보장’을 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우선 수신료 징수에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며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고 있는 일본 NHK의 경우 매년 약 60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수신료를 걷는 데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는 수신료를 전기료에 통합징수하고 있는 KBS가 한국전력에 지급한 수수료 465억 원의 13배에 달하는 규모”라면서 “그럼에도 NHK의 수신료는 KBS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이기 때문에 징수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지만, KBS의 수신료 2500원을 전기료와 분리징수 할 경우 소요되는 비용은 수신료의 경제적 의미를 사실상 상실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더불어 “시행령 개정으로 수신료가 분리징수 되더라도 방송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는 유지되기 때문에 국민들께서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별도로 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면서 “징수 과정에서 벌어질 사회적 혼란과 갈등으로 인해 국민 불편이 오히려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 사장은 “신료 분리고지가 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와 혼란을 초래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KBS는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KBS는 지난달 헌법재판소에 입법예고 등에 관한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리고 오늘,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제한 방송법 시행령 43조2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을 담아 헌법소원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수신료의 결합고지가 정당하고 납부 거부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여러 차례 내린 바 있다”고 짚으면서 “법률 대응을 통해 정부가 강행한 수신료 분리고지 조치가 공영방송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지 확인하고 어떤 형태의 수신료 징수방식이 국민 대다수에게 이익을 드릴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를 향해서는 “진정으로 공영방송 제도가 적절히 운영되어 국민들이 최대한의 혜택을 누리고, 대한민국 미디어 시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영방송의 책무와 그에 걸맞은 재원 구조 전반에 대한 충분한 숙고와 논의 절차를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