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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계 버핏·JP모건’ 30세 뱅크먼-프리드의 몰락
FTX는 11일(현지시간) 자사 트위터를 통해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FTX를 설립 후 ‘코인계의 워런 버핏’, ‘코인계의 JP모건’으로 불리며 업계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던 샘 뱅크먼-프리드(30)는 파산 신청과 함께 FTX에서 물러났다. FTX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에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유명한 존 J. 레이 3세가 앉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산신청서를 인용해 FTX의 부채가 100억~500억달러(약 13조~66조원), 채권자는 10만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부채 규모는 암호화폐 업계 역사상 최대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들어 파산신청을 한 기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
FTX의 파산 위기는 이달 초 암호화폐 전문 매체가 FTX 관계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불투명한 재무 구조와 FTX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FTX가 FTT 토큰을 발행하면 계열사인 알라메다가 사주는 구조로, 알라메다 자산의 상당 부분이 FTX가 발행한 FTT 토큰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이에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측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보유하고 있는 FTT를 전량 매각하겠다고 밝혔고, 투자자들이 크게 동요하면서 FTX에서 자금을 빼는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사태)이 발생했다. 이후 지난 8일 바이낸스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FTX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FTX는 파산보호를 신청에 이르게 됐다.
FTX 사태로 블랙록, 세콰이어캐피털, 소프트뱅크, 타이거 글로벌 등 유수의 기관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세콰이어 캐피털은 FTX 투자금인 2억1400만달러(약 2800억원)를 전액 손실 처리했다. 캐나다에서 세 번째로 큰 연기금인 온타리오 교사연기금은 FTX에 투자한 금액이 총 자산의 0.05% 미만이라며 고객들을 안심시키고 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FTX의 회생 여부와 상관없이 개인 투자자들은 무담보 채권자로 분류돼 투자했던 돈을 전부 날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FTX의 개인 투자자(리테일 고객)은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FTX가 파산신청을 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는 상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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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의 CEO이자 FTX 몰락에 일조한 자오창펑은 이날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FTX의 몰락은 앞으로 더 많은 암호화폐 회사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첫 번째 사례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FTX의 붕괴를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과 비교하는 것이 그나마 정확할 것”이라며 “FTX가 무너지면서 폭포효과처럼 다른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FTX의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던 기업일수록 더 큰 타격을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오 CEO는 “조만간 다른 암호화폐업체들이 부실화했다는 소식이 보도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부실화된 암호화폐 기업들의 상황이 거의 다 드러나까지 2~3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인 제네시스는 FTX 계좌에 1억7500만달러의 자금이 묶였다고 발표했다. 가상자산 헤지펀드인 갈루아캐피탈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자산 중 절반이 FTX에 묶여 있다고 알렸다. 뉴욕타임스(NYT)는 “FTX는 자사 플랫폼에 자산을 저장한 기업에 높은 수익률을 지불했고, 많은 암호화폐 스타트업들이 FTX를 은행처럼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