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5세'에 성적 자기결정권 있다?…대법 "신중히 판단해야"

"그만하자"는 거절에도 성관계 지속 '성적학대'해
원심 연령 등 이유로 성적 자기결정권 있다 '무죄'
대법 매매·음란물 제작 사례들며 유죄 취지 파기환송
  • 등록 2020-11-22 오후 1:44:08

    수정 2020-11-22 오후 3:19:54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성인 남성이 만 15세 미성년자 여성과 성관계를 갖던 중 “그만하자”는 거절에도 관계를 지속했다면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원심에서는 해당 미성년자 여성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들어 성적 학대행위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연령 등을 이유로 신중하게 판단하지 못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이데일리DB)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동복지법위반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0월 당시 만 15세였던 피해자 B양과 성관계 중 “힘들다. 그만하자”는 B양의 요구에도 계속해 성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아동복지법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원심(2심)을 맡은 고등군사법원은 A씨의 이같은 아동복지법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고등군사법원은 만 15세인 피해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미숙하나마 자발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대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와 더불어 군검사 역시 A씨와 B양의 성관계 자체를 성적 학대행위로 기소하지 않았다는 점도 무죄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먼저 대법원은 “국가와 사회는 아동·청소년에 대해 다양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며, 법원도 아동·청소년이 피해자인 사건에서 아동·청소년이 특별히 보호돼야 할 대상임을 전제로 판단해왔다”며 “대법원은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아동이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더라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해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기인한 것인지 가려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죄나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죄의 경우 아동 자신이 이에 동의했더라도 유죄가 인정된다는 판시가 이와 같은 취지라는 것.

그러면서 “원심은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 등을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며 “피해자의 연령과 피고인과의 성관계 등을 이유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들어 판단한 것은 성적 학대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A씨는 2017년 10~12월 사이 또 다른 미성년자 C양을 상대로 자신과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신체 노출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받았다. 해당 혐의 역시 원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됐다.

원심에서는 “협박을 간음행위에 사용하려는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거나 이러한 협박이 간음행위의 수단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A씨가 C양을 협박해 간음행위에 사용하려는 고의가 있었고, 간음행위의 수단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뒤집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학교에 요정 등판
  • 홀인원~
  • 우아한 배우들
  • 박살난 車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