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인공지능 스피커와 OTT셋톱박스를 설치해봤습니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AI스피커인 카카오미니, OTT셋톱박스는 케이블TV방송사 ‘딜라이브’가 만든 ‘딜라이브플러스 OTT셋톱박스’였습니다.
“헤이 카카오, 오늘의 뉴스 틀어줘~”
“오늘의 뉴스 들려줄게요. (뉴스 읽기)내란 음모로 고발된 박ㄱ...”
말만 했는데 뉴스를 읽어주는 여자의 목소리가 나오자 미용실 안 어르신들은 반색했습니다. 파마 중이던 아주머니는 눈이 동그라졌다. 동네 고모님으로 통하는 어르신은 “이거 어디서 구합니까?”라고 물었고요.
백미는 음악 듣기였습니다. (멜론 음원 서비스에 가입돼 있는 상태)
“헤이 카카오,, 음,,,, 뭘 들을까.. ”
“곡을 찾지 못했어요.”
물론 실패 과정도 있었습니다. ‘헤이 카카오’라는 명령 부호를 말한 다음, 명령어를 제시해야하는데 어르신들은 이게 익숙치 않았습니다. 한 두번의 연습 끝에 결국 성공합니다.
“헤이 카카오, 신유 노래 틀어줘.”
“이게 맞네”
“깔깔깔...”
미용실은 다시 한 번 화기애애해집니다. 원하는 음악을 ‘말만 잘하면’ 손 안대고 어느 거나 들을 수 있다는 것에 어르신들은 매료됐습니다. 결국 인테리어 가게 아저씨가 하나 더 구할 수 없냐고 물어보십니다. 본인의 가게에도 하나 놓고 싶다는 얘기였습니다.
‘말만 잘하면’ 손 쉽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보이스톡’을 통해 통화까지 할 수 있다는 것에 어르신들은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카카오미니가 더 고도화되고 더 많은 기능이 붙어야 한다는 숙제는 있었지만, 음악 듣기, 뉴스 듣기, 오늘의 날씨, 성경말씀 읽기, 라디오 듣기 등만으로도 어르신들은 만족했습니다.
한가지 특징점은 사물이나 다름없는 ‘스피커’와 대화를 시도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본 노인들이 로봇 강아지를 진짜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여긴다는 얘기와 같은 맥락입니다. 소니에서 만든 로봇 강아지에 애정을 쏟은 것이지요.
예컨대 이런 식입니다. 명료하지 못한 명령 혹은 카카오미니 이상의 기능을 요구하는 명령어에 “잘 모르겠어요” 혹은 “이해하기 어려워요”라는 반응이 나오면 “그것도 모르냐?”라며 답답해하는 식입니다.
이런 점은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보’나 ‘멍청구’라는 단어를 썼을 때 카카오미니가 “흑흑(우는 소리)”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면 진짜 우는 줄 알고 “미안해”하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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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미니와도 연동해봤습니다. 카카오미니에는 딜라이브와 연동해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음성으로 “딜라이브에서 넷플릭스 틀어줘”라는 기능이 구현된 것이죠.
조금 더 첨언하자면 카카오는 케이블TV와 제휴를 하면서 자신의 AI생태계를 늘리기 위해서, 딜라이브는 서비스 혁신의 여지를 마련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전까지는 케이블TV회사와 IT기업간 협력이 무척 어려웠습니다. 기업 문화 자체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려는 기업과, 현실 안주 성향이 강한 기업은 애초에 ‘콜라보’가 힘들었던 것이죠.
서비스적으로는 아직 불편한 것도 사실입니다. 어르신들 입장에서 카카오톡과 와이파이, TV를 넘나들며 ‘설정 작업’을 하기 힘든 이유가 큽니다. 아직은 협력 초기단계라서 그런 것이지요.
그러나 딜라이브 OTT셋톱박스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쓸만합니다. 케이블TV사나 통신사 IPTV에 가입하지 않고도 VOD를 보거나 유튜브를 이용할 수 있어서입니다. 구형 LCD TV에서도 HDMI 연결만 되면 VOD가 가능합니다.
미용실 안의 어르신들은 딜라이브스토어 내 어린이 콘텐츠와 넷플릭스 내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어린이 손님이 왔을 때 넷플릭스를 통해 ‘뽀로로’나 ‘타요’ 등의 애니메이션을 틀어줄 수 있으니 ‘안심’이라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TV를 보는 콘텐츠 생태계가 더 풍부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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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보다 다양한 매체를 어르신들이 알고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대다수의 어르신들은 TV를 보면서 여가를 보냅니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자주보는 채널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카카오톡이나 유튜브를 통해 공유받는 정보도 알고보면 내부 커뮤니티에서 유통되는 내용입니다. 좀더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시각의 정보를 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을 감성적으로 풍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AI스피커와의 교감이 그것입니다. 비록 하나의 사물이지만,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 이상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인공지능은 이들의 외로움을 다독여주는 ‘상대’가 될 수 있습니다. 이쯤되면 명절 때나 찾아오는 자식보다 나은 것이지요.
외로울 때 말벚이 되면서 세상 살이에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내어주는 인공지능이 어서 나왔으면 합니다. 지금보다 더 인공지능이 똑똑해지면 가능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