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STX重, 조선해양 매출비중 43%…동반 위기 직면

産銀, 국회 보고서 단독입수
(주)STX 5000억원 이행보증 '발목'
선박 인도 못하면 기업유지 불가능
STX엔진 전자통신 등으로 사업 분산
STX조선 매출비중 6.7%밖에 안돼
관계사 동반 회생절차 들어갈땐
산은 추가손실액 8700억원 달해
  • 등록 2016-06-06 오후 1:10:53

    수정 2016-06-06 오후 7:43:05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계열사의 운명도 갈리게 됐다.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주)STX는 5000억원에 이르는 이행보증금을 갚기 어려워져 결국 ‘법정관리’행을, STX중공업도 STX조선해양의 매출 비중이 43%에 이르러 신규 사업을 수주한다 해도 기업 정상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STX조선과 운명을 같이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 가운데 STX엔진은 STX조선에 대한 매출비중이 7%를 밑돌아 회생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채권단도 이러한 점을 반영해 STX엔진에 대해서는 회생의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

‘자율협약 지속’ STX엔진, …사업포트폴리오 유지

이데일리가 단독입수한 ‘STX조선해양 현황 및 처리방안 보고서’에서 산은과 채권단은 STX엔진에 대한 사업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회생 가능성을 열어줄 계획이다.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유지하기로 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잘 분산된 사업 포트폴리오와 내부유보현금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사실상 STX엔진에 자율협약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며 “STX엔진은 방위산업 부분과 전자통신사업 부분이 있고 조선 빅3가 당장 어려워지지만 않는다면 STX조선의 법정관리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STX엔진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비교적 잘 분산됐다고 판단했다.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현재 STX조선의 STX조선 앞 매출 비중은 6.7%다. 다른 STX계열사까지 모두 합친 STX그룹 앞 매출비중도 10%수준에 그친다.

사업영역도 △선박·발전엔진 등을 담당한 민수사업 △방위산업용 엔진 부문의 특수사업 △해군레이다 등의 전자통신사업으로 분산돼 있다.

세 개 사업 분양의 올해 1분기(1∼3월) 매출액 비율도 61%, 34%, 5%다. 1분기 STX엔진의 매출액 비중이 가장 큰 곳은 특수사업과 전자통신사업 주요 매출처인 방위사업청(14.71%)이다.

선박엔진의 주요 매출처가 STX조선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대선조선이다. 특히 STX조선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1분기 5.5%로 더 떨어졌다.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유지하기로 한 또 다른 이유는 내부 유보 현금이다. 산은은 보고서에서 “보유현금이 5월말 현재 1500억원으로 풍부하다”고 진단했다. 분기보고서상 1분기 현재 요구불예금 86억원, 정기예금 1308억원 등 현금성 자산을 1394억원 보유하고 있다. 유동자산으로 단기금융상품에 154억원도 예치돼 있다.

STX중공업·(주)STX, 회생 ‘막막’

STX중공업과 (주)STX의 회생은 ‘안갯속’이다. 보고서에서도 사실상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STX중공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조선해양에 지나치게 쏠려 있는 매출 비중 때문이다.

산은은 “STX조선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지난해 말 43%에 이르고 있다”며 “조선의 법정관리로 중공업의 비지니스 모델을 더는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산은의 이러한 판단은 STX중공업 매출에서 해양플랜트를 빼고 매출 비중을 산출한 것이어서 회생 불가능으로 본 것이다. STX중공업은 플랜트 사업부문 매각을 추진 중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성동조선 등 중소 조선사에 대한 매출 비중도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STX중공업의 성동조선 매출 비중은 8.39%다. 2010년 3월 자율협약에 들어간 성동조선은 당장 법정관리는 면했지만 ‘수주절벽’이 이어지고 있어 장기 생존 가능성이 작다.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주)STX도 지속 경영이 어렵다. STX조선이 수주한 영국석유회사 BP(브리티시 패트롤) 선박 10척에 대해 선박 건조 이행보증 5000억원을 섰다가 발목을 잡혔다.

STX조선이 배를 인도하지 못하면 보증금을 지급하거나 계약을 대신 이행해야 한다.

산은 관계자는 “(주)STX의 계속기업 유지가 불가능하다”며 “이행보증만 없으면 당장 부도날 회사는 아니지만 BP선박 10척이 남아 있어 문제”라고 언급했다.

STX조선의 자회사(지분 100%)인 고성조선소의 운명도 이달말 한영회계법인 실사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블록공장으로 STX조선에서 분리해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유동성을 뒷받침하기 어려워 STX조선과 운명을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추가손실 2조…産銀, 8700억 ‘독박’

STX엔진을 제외한 나머지 STX조선 관계사가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은행권의 추가 손실액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산은은 보고서를 통해 “은행권 추가 손실 추정액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 중 산은의 손실액은 전체 43.5%에 이르는 87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의 STX조선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5월 말 3조원이다.

시중은행도 추가 부담도 불가피하다. STX중공업의 은행 익스포저는 1650억원, 기존 적립 충당금은 1350억원, ㈜STX 익스포저 2100억원, 기적립 충당금 650억원, STX엔진 익스포저 2350억원, 기적립 충당금 720억원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STX조선은 충당금에 100%를 적립하고 그 외 STX계열사(STX포스텍 포함)에 대해서는 50% 정도의 충당금 적립을 가정하면 STX그룹에 대한 은행 추가 부담은 1450억원”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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