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엎치락 뒤치락하며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의 글로벌 특허 소송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미국 배심원 평결에서 완승을 거둔 여세를 몰아 삼성전자의 최신 기종까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걸고 넘어지며 삼성의 예봉을 확실히 꺾어놓겠다는 태세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31일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특허위반 소장을 수정하면서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 모델 각각 2개씩을 소송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는 지난달 애플이 미국 배심원단으로부터 승소 평결을 받은 소송건과는 별개다. 지난 2월 애플이 미국 법원에 제기했던 소송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갤럭시S3는 지난 6월부터 미국에서 판매된 최신 기종으로 애플이 2월에 특허소송을 제기할 당시에는 시판되지 않았다. 지난달 미국 배심원단의 평결이 대부분 구형 모델을 다룬 것이라면 이번에는 최신 제품들까지 포함된 것이다. 양사의 진검 승부는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문가들 사이에선 애플이 갤럭시S3도 표적으로 삼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이전부터 내놓았다. 갤럭시3S는 애플이 조만간 내놓을 신제품 ‘아이폰5’와 맞서 싸울 삼성의 주력이자 애플에는 최대 위협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갤럭시S3는 지난 5월 글로벌 시판을 시작하면서 사전주문이 1000만대에 달했으며, 현재까지 발매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팔리고 있다. 만약 미국 법원이 최종적으로 애플 손을 들어주면 삼성은 야심차게 내놓은 최신 기종까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기 어렵게 돼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17%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시장이다.
양사의 특허소송 분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애플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과 대타협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래리 페이지 구글 CEO가 통화하면서 양사간 화해 징조가 포착되기도 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애플 역시 극적인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애플은 4세대(4G) 통신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 관련 특허가 거의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이를 무기로 공세에 나설 경우 판세가 역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삼성전자와 애플 경영진이 합의점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미국에선 애플의 연이은 특허 소송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의 경영이론 전문가 비벡 와드하는 지난달 31일 워싱턴포스트(WP)에 게재한 칼럼에서 정보통신기술의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 애플이 삼성전자에게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제록스 등이 애플에 소송을 걸어 거액의 특허료를 지급했거나 계속 소송에 휘말렸었다면, 애플의 혁신 제품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