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가 온다)(17)윈튼 "韓 현지 파트너 구합니다"

<2부> 지금 해외에서는
설립 이래 단 한번도 손실 입지않은 세계 2위 CTA펀드
"철저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한국시장 왜곡하지 않을 것"
  • 등록 2008-12-30 오후 12:15:14

    수정 2008-12-30 오후 12:15:14

[런던=이데일리 정영효기자] 세계 2위 CTA/Managed Futures(상품 선물거래 전문 헤지펀드) 회사인 윈튼(Winton) 캐피털과의 인터뷰는 모든 면에서 파격적이었다.

인터뷰 장소였던 본사 위치부터가 그러했다. 지난 10일 윈튼 캐피털에서 불러준 주소를 더듬어 찾아간 곳은 런던 사우스켄싱턴 주택가. 본사 건물 또한 주변 주택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외향이었다. `잘못 찾아온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서야 주변 건물 몇 채를 매입해 사무실로 개조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 사우스켄싱턴에 위치한 윈튼 본사. 이 건물 2층에서 윈튼의 역사가 시작됐다.
펀드 오브 헤지펀드(FOHF)가 아닌 개별(single) 헤지펀드가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는 것도 의외였다. 헤지펀드 업계 전문가들에게 인터뷰 대상 회사를 주선해 줄 것을 부탁했을 때 `지금 상황에서 싱글 헤지펀드에는 말도 못 꺼낸다`는 반응이 돌아오던 터였다. 대형화되고 상대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데 제약이 덜 한 FOHF들조차도 언론과의 인터뷰에는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었다.

윈튼 캐피털은 토머스 하딩 현 대표가 1997년 설립했다. 지금은 맨 그룹에 편입된 세계 최대 CTA 헤지펀드 AHL의 설립자이기도 한 토머스 하딩은 그래서 CTA 헤지펀드 업계의 전설로 불리운다. 불과 11년 만에 141억달러(약 18조원)의 관리자금(AUM)을 굴리는 업계의 강자로 성장했지만 설립 당시에는 직원 두 명과 1000만달러의 자금이 전부였다.

이들이 처음 사무실을 차린 장소가 바로 현재 본사가 위치한 주택 건물의 2층. 로빈 에거(Eggar) 홍보실장은 "윈튼 캐피털 본사는 펀드매니저 한두명이 사무실 한 칸을 세내어 시작하는 헤지펀드 회사의 일반적인 초창기적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전문가인 척 않고 최고의 현지 파트너 구한 것이 성공의 비결"

아시아 지역(일본 제외) 담당 실무자인 알렉스 프레이저 매니저를 대동한 것 또한 파격이었다. 프레이저 매니저는 아시아 지역 출장차 히드로 공항으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5분 정도밖에 시간을 낼 수 없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한국 관련 화제가 이어지면서 대화는 20여분간 이어졌다.

"지난 15개월 정도 한국시장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현재는 한국이 매우 큰 시장이라는 판단하에 한국 시장에서 어떤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지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단계입니다. 올해 들어서만 한국을 네차례 정도 방문해 몇몇 대형 은행과 증권사, 그 외 한국투자공사(KIC) 및 일부 연금펀드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윈튼 캐피털은 이미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우리나라 금융사들과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프레이저 매니저는 "몇몇 규모가 큰(some largest) 금융사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이 가운데 몇몇 회사들은 런던을 방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규 시장에 접근하는 윈튼 캐피털의 방식이 독특했다. "우리의 모토는 전문가인 척 하
▲ 로빈 에거 홍보실장
지 않는다는 겁니다.(not to predend to be experts) 물론 윈튼은 훌륭한 회사지만 아무리 뛰어난 회사도 현지 회사만큼 그 나라 시장을 잘 알지는 못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윈튼은 한국에서 우리와 함께 일할 현지 파트너를 구하고 있는 겁니다."

로빈 에거 실장은 "일본에서는 미쓰비시 UFJ, 미국에서는 메릴린치 및 모간스탠리와 오랜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며 "현지 최고의 파트너와 협력함으로써 윈튼은 매년 18~2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고 거들었다.

윈튼이 한국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를 물었다. 프레이저 매니저는 한국 시장의 매력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한국의 옵션 거래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가 일어나는 시장입니다. 옵션 거래와 윈튼이 주로 하는 선물거래는 유사한 시장이어서 우리의 접근 가능성에 기대를 걸 수 있는 거지요. 한국의 투자자들이 아시아 다른 지역 투자자들에 비해 주식 투자에 익숙한 점도 매력적입니다."

◇ "다른 헤지펀드들과는 다르다..개별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아"

한국 시장 상황에 정통한 프레이저 매니저를 보고 해외 자본 특히 헤지펀드에 대한 한국인들의 거부감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레이저 매니저는 "한국 투자자들의 우려를 전적으로 이해한다"는 말로 설명을 시작했다.

"윈튼은 전세계 120여개 시장에서 거래를 하고 있고, 종종 한국 코스피 지수 선물에 익스포저를 갖기도 합니다. 그러나 윈튼은 전체 지수선물에 투자를 할 뿐 사모펀드(PEF)나 한국의 개별 기업, 개별 기업의 주가지수 선물에는 투자를 하지 않아요. 지금까지 한국에 투자를 했던 다른 서구의 헤지펀드들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지요."

에거 실장이 끼어들었다.

"윈튼의 포트폴리오는 119개 시장과 에너지와 상품, 곡물, 외환, 금리 선물 등 다양한 종목으로 철저히 다변화돼 있습니다. 단 한 번도 한국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규모의 익스포저를 갖고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개별 기업이나 개별 주가지수 선물에 투자를 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구요."

투명성을 강조하는 윈튼의 차별성은 영국 금융감독청(FSA)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를 철저히 따른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정보 공개에 소극적인 다른 헤지펀드들과는 달리 윈튼은 매월 모든 정보를 규제 당국에 철저하게 공개한다. 또한 본사가 있는 영국에 법인세를 내고, 단 한 푼도 역외(off-shore)로 돌리지 않고 있다.

◇ 헤지펀드가 高유가 주범?.."유가 상승기에 손해봤어요"

프레이저 매니저가 히드로 공항으로 출발한 후 에거 실장과의 화제는 헤지펀드 업계 전반으로 돌려졌다. 윈튼 캐피털이 선물거래 전문 헤지펀드인 만큼 최근의 유가 급등락에 대한 헤지펀드의 책임 여부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유가가 급등한 지난 여름 매도포지션을 보유했던 윈튼은 손실을 입었다.

"예를 들어봅시다. 최근 대형 유조선 한 척이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일이 있었죠. 이 유조선은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있었습니다. 같은 기간 윈튼이 보유하고 있던 원유는 150만 배럴입니다. 납치 사건이 보도된 직후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올랐지만 이후 하락을 계속했습니다. 즉 이 세상에서 원유 200만 배럴이 없어진다고 해서 유가를 변동시킬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죠. 그런데 어떻게 헤지펀드가 유가를 컨트롤 할 수 있겠어요."

윈튼 한 회사만 놓고 볼 게 아니라 헤지펀드 전체의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에거 실장은 "유가가 140달러였을 때 돈을 번 쪽이 윈튼일 것 같은가, 사우디아라비아일 것 같은가?"라고 반문했다.

"시장추세 추종(directional trade) 전략을 추구하는 윈튼은 이 시기 유가가 고평가됐다고 보고 매도 포지션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유가가 올랐던 7~9월에는 손실을 입었습니다.(7~9월 각각 4.6%, 3.0%, 0.4% 손실). 정작 유가가 떨어진 10월과 11월에야 손실을 만회했지요. 그래서 CFTC도 헤지펀드는 유가 급등에 책임이 없다는 공식문서를 낸 겁니다."

유가 급등을 주도한 세력은 투자은행이지 헤지펀드가 아니라는 것이 에거 실장의 주장이다. 에거 실장은 "거의 모든 측면에 있어서(in almost any sense) 헤지펀드는 금융위기에 대한 책임이 없다"며 "짐 사이먼과 조지 소로스 등 세계 5대 메이저 헤지펀드 대표가 출석한 최근 미 의회 하원 청문회의 결론 또한 `헤지펀드는 현재의 금융위기에 전적으로 책임이 없다(hegde-funds were not responsible for current financial crisis at all)`였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흑자 행진의 비결?.."리서치 리서치 리서치"

세계 2위 CTA 펀드라는 것 외에 윈튼은 창립 이래 단 한 해도 적자를 보지 않은 펀드로 유명하다. 에거 실장은 과학자들로 이뤄진 강력한 리서치팀을 비결로 꼽았다.

"창립자인 토머스 하딩부터가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한 과학자입니다. 하딩 대표는 대부분의 헤지펀드들이 리서치 보다는 투자자를 상대로 펀드를 홍보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그는 거꾸로 갔습니다."

현재 윈튼의 전체 직원수는 190여명. 이 가운데 100명이 리서치팀 소속이다. 리서치 인력의 구성원도 대부분이 천문학과 지질학, 기후학, 수학, 물리학 등을 전공한 박사급 과학자들이다.

"마치 제약회사인 것처럼 `언제나 리서치, 리서치, 리서치..`, 이것이 윈튼을 차별화하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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