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이른 새벽 서울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작업 중이던 60대 환경미화원을 살해한 7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살인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 환경미화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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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강두례)는 전날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 리모씨(71)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리모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은 인정하지만 범행 동기가 충동적이고 우발적인 점 등을 고려하면 상해 고의가 있었을 뿐 살해 고의는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점, 계획성 없는 우발적 범행인 점을 양형에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면 어차피 중국으로 추방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에 검찰은 “살인 범죄를 저지르고도 진지한 반성 없이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흉기로 겁을 주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리씨는 지난 8월 2일 오전 4시 40분께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중구 용역업체 환경미화원인 60대 조모씨를 흉기로 15회 넘게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그간 별다른 직업 없이 노숙 생활을 해온 리씨는 물을 달라는 자신의 요구를 거절당하자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추가 증거 조사를 위해 내달 13일 공판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